당신의 눈을 믿으십니까?

[ 데스크창 ] 당신의 눈을 믿으십니까?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3년 01월 21일(월) 16:21
[데스크창]

미국의 사진작가 중에 태린 사이먼(Taryn Simon)이란 여성이 있습니다. 그녀의 사진 작품 주제는 가자지구의 하마스반군 지도자부터 웨스트버지니아 동굴에서 겨울잠을 자는 흑곰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그녀는 두가지 특별한 작업으로 세인의 관심을 끕니다. 첫째는 대중에겐 공개되지 않아 세상과 격리돼 있는 미지의 장소들의 다큐멘터리 '미국의 숨겨지고 낯선 것들의 목록(An American Index of the Hidden and Unfamiliar)' 이고, 두번째는 '무죄인 사람들(Innocent)'입니다.

'미국의 숨겨지고…' 작업은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 인체냉동보존장치, 처녀막재생수술을 받는 21살의 팔레스타인 여성, 미국 중앙정보국(CIA) 내부, 시체부패속도를 모니터하는 과학자들을 위해 연구소 대지에 버려진 시체, 연구용으로 대마초를 합법적으로 재배하는 연구실, 의회 도서관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든 플레이보이(성인잡지)의 점자판 사진, 하버드 의대에 있는 살아있는 HIV (에이즈) 바이러스 균 등 일반인이 볼 수 없는 사진들의 총합입니다.

또 하나의 프로젝트 '무죄인 사람들'은 자신들이 저지르지 않은 폭력적인 범죄로 잘못 기소된 사람들이 무죄가 된 이후 범죄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그녀는 진실과 허구를 흐릿하게 하는 사진의 힘과 기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조사했습니다. 그것은 생사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죠. 잘못된 기소의 가장 큰 원인은 사람을 오인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나 목격자는 사진을 이용하여 범인을 지목하게 되는데 몽타쥬, 용의자 얼굴사진 및 피의자 정렬 등의 과정을 통한 목격자의 증언은 얼마든 바뀔 수 있습니다.

예컨대 성폭행을 당한 어떤 여성에게 범인을 골라내라고 일련의 사진이 제시되었습니다. 그 여성은 사진 중 한 장에서 어떤 유사점을 봅니다. 하지만 동일인인지는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며칠 후에 그녀에게 또 다른 일련의 사진들이 제시됩니다. 모두 새로운 사진들입니다. 첫날 제시된 사진 중에 그녀의 눈에 띄었던 한 장만 또 들어있고, 나머지는 모두 새로운 사진이었죠. 이번에는 확실하게 범인을 지목하게 되는데, 그것은 사진이 기억을 대체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진은 무고한 사람이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 풀려났다는 사실 뿐 아니라, 가장 엄정해야 할 사법적 판결의 허구가 함축돼 있습니다.

이처럼 사진술은 경찰, 검찰, 법원에 무고한 시민을 범죄자로 둔갑시키는 도구를 제공했습니다. 그녀의 이 사진 프로젝트에 참가한 흑인 프레드릭 데이는 사건 당시 13명의 목격자로부터 지목당했습니다. 그는 전원 백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에 의해 강도, 납치, 차량절도로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종신형 중의 10년간을 복역했습니다. 그러나 프레드릭은 DNA 검사에 의해 무죄가 입증되었습니다.

모든 사진에는 여러가지 진실이 담겨있습니다. 작가나 보는 이의 의도에 따라, 제시되는 콘텍스트에 따라 다른 진실을 볼 수 있습니다. 왜곡은 언제나 일어나고 우리의 눈은 쉽게 속아 넘어갈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을 바라보려는 마음입니다. 마음이 깨끗한 자가 하나님을 볼 수 있기에.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