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건너는 강, 국제 분쟁의 씨앗

[ 교계 ] '물'전쟁 시대 오나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3년 01월 21일(월) 10:15
검은황금 '석유'에서 푸른황금 '물'전쟁 시대 오나
'라이벌 rival'은 '강을 공유하는 사람'이 어원
역사적으로도 오래된 '물 갈등' 현대에도 충돌
 
물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중요한 물질 중 하나다. 물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기 어려운 존재가 인간이고, 실제로 사흘만 물이 없으면 소멸하는, 물에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고대로부터 물은 중요한 자원이었다. 창세기를 보면 이삭은 블레셋 사람들과 우물을 두고 수차례 시비가 붙었던 기록이 있고, 출애굽기에도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를 건넌 후 샘(마라의 샘)을 발견했는데 써서 마실 수 없어 하나님의 계시에 따라 나뭇가지를 던져 물을 달게 해서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영어에서 경쟁자라는 뜻을 가진 '라이벌(rival)'이 '하천을 공유하는 사람'이란 뜻을 가지고 있고, '강'을 뜻하는 'river'와 같은 어원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물을 둘러싼 갈등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 국제하천 두고 갈등 깊어
 
지구촌 곳곳에서는 이미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와 식량과 더불어 물이 각종 분쟁을 낳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 2003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세계는 50년 안에 심각한 물 부족 현상에 직면하게 되고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현재 최소 4억 명에서 2050년 경에는 40억 명 가량으로 늘어난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미 국방부 비밀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한 영국 '가디언'의 주일판 '옵저버'에서도 급격한 기후 변동으로 물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이 중요한 분쟁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북아프리카의 나일강, 유럽의 도나우강, 남미의 아마존강을 분쟁 위험 지역으로 꼽기도 했다.
 
현재 2개 국가 이상을 흐르는 국제하천은 전세계에 2백41개다. 이 강들은 50개국의 영토를 지나는데 세계 인구의 40%는 이웃국가들의 물 통제에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인 아프리카의 나일강(길이 6,700km)은 9개국에 걸쳐 위치해 있다. 에티오피아, 케냐, 르완다, 탄자니아, 우간다, 부룬디, 콩고민주공화국 등 상류지역 국가와 이집트, 수단 등 하류 지역간의 대립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들의 갈등은 역사적으로 그 뿌리가 깊다. 1929년 영국 식민지 시대 때 이집트가 나일강 상류의 수자원을 거의 모두 사용하고 다른 나라의 사용여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조약을 맺은 바 있으며, 1959년에는 이집트가 나일강 수자원의 4분의 3을, 나머지는 수단이 사용하도록 규정했었다.
 
이러한 갈등의 요소가 최근 수면 위로 부상했는데 지난 2010년 세계은행 등의 지지로 나일강 상류국들이 항구적이고 독립적인 나일강 유역 위원회를 설치해 국가별로 물 사용량을 새로 배정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NBI, 이른바 나일유역 구상에 에티오피아 등 상류 5개국이 조약을 체결하면서부터다. 이는 그간 이집트와 수단이 수십년간 누려온 2개 조약에 반하는 것이어서 이집트와 수단의 반대가 심한 상태다. 이집트의 외무장관은 나일강 수자원은 국가안보 문제로 규정하고 타국이 간섭해서는 안된다고 못박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 에티오피아 서부 나일강 지류에 아프리카 내 가장 큰 규모의 댐을 건설됐고, 중국은 이러한 프로젝트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등 강대국들이 이권에 개입하게 되면 물 분쟁의 양상은 더욱 복잡해져 해법을 도출하는데 더욱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물=푸른 황금' 시대가 온다
 
성서의 무대가 되는 중동도 석유가 아닌 물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다. 흔히 '6일 전쟁'으로 알려진 제3차 중동전쟁(1967년)은 이스라엘과 아랍권 사이의 해묵은 증오가 그 원인이지만, 물 자원 확보를 둘러싼 갈등도 그 원인 중 하나였다. 당시 6일 전쟁에서 시리아를 이긴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상류지역과 또 다른 주요 수원지인 골란고원을 차지했다. 골란고원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이스라엘 갈릴리 호수 수량의 30%를 채워주는 중요한 물의 요지. 시리아에게 이스라엘이 골란고원을 선뜻 돌려주지 않는 것은 시리아가 갈릴리 호수로 통하는 물길을 막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속에도 물 문제는 숨겨져 있다. 이스라엘이 점령지인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지하수의 85%를 끌어쓰면서, 팔레스타인 주거지로 통하는 수도관을 틀어막고 제한급수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물부족을 호소하고 있는데 이스라엘측은 이를 묵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강을 사이에 두고 물로 인한 갈등을 빚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갠지스강(인도, 방글라데시, 터키), 요르단강(이스라엘, 요르단, 팔레스타인, 레바논, 시리아 등), 메콩강(중국, 베트남, 타이, 캄보디아, 라오스 등),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터키, 이란, 이라크) 등으로 갈등의 씨앗이 내재되어 있다.
 
캐나다 환경 단체인 '캐나다 시민회의'는 한 보고서에서 "산유국들은 석유 카르텔을 이뤄 석유자원을 무기화했었지만 머지않아 물이 풍부한 국가들이 물을 무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에는 석유가격이 급등하면서 '석유^검은 황금'라는 등식이 생겨났었지만 이제 다가오는 미래에는 '물^푸른 황금'이란 새로운 등식이 성립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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