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지시나 강요를 거부하는 '문화 시대'

[ 문화목회 이야기 ] 포스트모던 시대

성석환목사
2013년 01월 18일(금) 14:33

[문화목회 이야기]

포스트모던 시대, 종교에서 영성으로 -1-
 
문화를 고급예술이나 높은 교양, 혹은 인문학적 지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기던 생각들은 20세기 중엽 크게 세를 확장한 대중문화와 경쟁하면서 많이 약화되었다. 특히 문화인류학적 통찰이 심화되면서 고상한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명화를 감상하는 행위만 문화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행위와 사상이 문화적 산물이며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다르게 형성된 행위와 양식은 그 사회의 의미를 생산하는 매우 귀중한 자산들임이 인정되었다. 
 
21세기를 일컬어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이 시대의 의제가 문화적 방식으로 생산, 유통, 소비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구화로 인해 전 세계가 거의 비슷한 문화적 양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거의 비슷하게 공유하는 그 문화적 양식이란 어떤 모습일까? 이 질문에 답한 후에야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후반, 포스트모더니즘이 전 지구적으로 강력한 영향을 끼쳤는데 이 강도에 비례하여 교회의 위기는 심화되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주목할 사실은, 포스트모더니즘이 영성에 대한 욕구를 강하게 부추긴 것인데, 근대의 경직된 도식화와 서구 기독교에 대한 저항이 역설적이게도 새로운 영성에 대한 갈망으로 터져 나왔던 것이다. 이 갈망은 기존의 종교에서는 아무런 답을 찾지 못한 채 이리저리 부유하게 된다.   
 
할리우드의 유명한 영화배우나 가수가 동양종교에 귀의하고, 신앙은 기독교이지만 불교나 이슬람교를 함께 신앙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포스트모더니즘이 기존의 질서에 저항하면서도 새로운 의미를 추구하려는 욕구를 강하게 드러냈기에 기성 종교들이 대처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대였다. 또 대중은 기성 종교보다는 대중문화를 통해 자신들의 욕망을 분출하게 되면서 종교는 점차 사람들 사이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문화의 시대에는 일방적인 지시나 강요를 통해서 사회적 의미를 획득하기 어려워졌다. 소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정보의 공급자와 소비자가 구분하기 어려워졌고, 누구나 뉴스를 만들고 정보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SNS를 통해 구축된 새로운 연결망은 지금까지 없던 의사소통 방식으로 정보의 공유를 확대했다. 문화의 시대를 소통의 시대라고 할 때 가장 큰 공로는 이들에게 돌려야 할 것이다.
 
이 변화에 교회는 두 방향으로 반응했다. 먼저 대부분의 교회들이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 초엽까지 경험한 문화적 훈련을 토대로 소셜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기도 하고 앞 다투어 스마트 세상에 익숙해지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여전히 그러한 변화가 종교의 권위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기성세대의 두려움도 커서 저항도 심했다. <다음호에 계속>
 
성석환목사 / 도시공동체연구소장ㆍ동숭교회 문화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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