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사랑을 먹고 자란다!

[ 교단일기 ] 사랑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

김천갑교장 webmaster@pckworld.com
2013년 01월 16일(수) 13:55
[교단일기]

우리학교에는 학생들에게 주는 특이한 장학금이 있다. 담임선생님이 학생 지도를 할 때, 정말 힘들고 미운정이 드는 학생을 추천받아서 수여하는 장학금이다. 특히 가정이 지극히 어렵거나 공부를 못해서 지금까지 칭찬을 받지 못하거나 사랑을 받지 못한 학생들에게 이 장학금을 준다. 이 장학금이 바로 학교장 장학금이다.

특이한 것은 공부를 잘 해서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 보다 이 학교장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넘친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 와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목을 넘어서까지 벅찼던 순간이 있어요. 바로 담임선생님께서 추천을 해서 장학금을 주셨을 때에요. 중학교 때 상장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어서 그 때의 기쁨이 두 배로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이번에 꼭 열심히 해서 지금 못 느끼는 그 기쁨을 다시 한 번 계속 느끼고 싶어요. 이번에는 추천이 아닌 성적으로! 설령 받지 못한다 해도 선생님들께 '네가 공부했구나!'하는 이 소리만큼은 꼭 듣고 싶어요." 이것은 학교장 장학금을 받은 한 학생이 필자에게 쓴 편지에서 한 고백의 일부이다. 공부를 잘 해서 장학금을 받은 학생으로부터 이렇게 감격스러운 고백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와 같이 장학금을 수여하게 된 동기는 첫 번째로 담임선생에게 장학금을 추천할 수 있는 전권을 줌으로써 담임선생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싶었고, 두 번째로 담임선생이 사랑을 표현하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이 장학금 추천을 통해서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게 하고 싶었다. 세 번째로는 이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전체 학생 앞에서 장학금과 장학증서를 받음으로서 자긍심과 담임선생님의 사랑을 느끼고 감사할 줄 아는 학생이 되게 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는 담임선생님과 학생 사이에 스승과 제자 관계가 회복되고 학생이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사랑을 먹고 산다. 유아기에 아이는 엄마의 젖만 먹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의 마음이 곱게 자란다. 유치원생이 되면 선생님과 또래 친구들의 사랑을 받고 자란다. 엄마의 사랑만 있고 유치원 선생님과 친구들의 사랑이 없으면 유치원에 가기를 지독히 싫어하게 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올라오면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관계는 더 중요해진다. 그만큼 관계의 무게 중심이 부모로부터 학교의 선생님과 또래 친구들 쪽으로 이동한다. 심지어 부모가 자녀의 친구를 비난하거나 그 친구와 사귀지 말라고 하면 부모에게 대들거나 그 친구를 변호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요즈음 학부모들은 자녀가 다른 또래 아이들과 자주 어울릴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격리시켜서 공부만 시키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친구가 없을 경우에 '친구를 사귀도록 학원에 보낸다'는 말까지 듣는다. 모두 다 학원에 가버리고 어울릴 수 있는 친구들이 없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올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의 또래 아이들의 부모들과 함께 협력하여 아이들이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도모하는 것이 부모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부모의 사랑이란 자녀의 본질적인 필요를 채워주면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7년간 대학과 중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쳐보면서 깨달은 바는 '자라면서 사랑을 넉넉히 받으며 자란 아이들이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지며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김천갑 / 용북중학교 교장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