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살이 7가지 수칙

[ 문단열의 축복의 발견 ] 축복의발견

문단열교수
2013년 01월 10일(목) 15:48

[문단열의 축복의 발견]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며 그들을 학대하지 말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이었음이니라(출 22:21)
 
어떤 현자가 전하는 인생살이 7가지 수칙입니다. 첫째, '두고 다녀라.' 짐이 많으면 인생은 고달프다. 둘째, '사진에 집착마라.' 사진 찍으려다가 진짜 인생의 볼거리를 놓친다. 그냥 온 몸으로 느껴라. 셋째, '계획을 세우되 구속되지 마라.' 무계획하면 망하지만 계획에 집착해도 망한다. 넷째, '로마에선 로마 법을 따르라.' 사람은 환경의 산물이다. 자신의 방법만을 고집하지 마라. 다섯째, '뜻밖에 행운을 주는 사람이 되라.' 소매치기나 사기를 당했으면 그에게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하라. 불행에 집중하면 모든 것을 망친다. 여섯째, '하루에 한 단어는 기록하라.' 일기가 부담이 된다면 하루를 상징하는 단어 하나씩을 꼭 기록해두라. 일곱째, '다시 먼 곳을 바라보라.'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어린 시절처럼 멀리 바라보라.
 
여러분 죄송합니다. 제가 거짓말을 좀 했습니다. 위의 내용은 '어느 현자(賢子)의 인생 수칙'이 아닙니다. 위의 글을 어느 일간지 주말 섹션에 실린 '휴가 여행을 잘 보내는 7대 수칙'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지 않습니까. '여행 수칙'은 '인생살이 수칙'과 놀랍게 일치하고 있습니다. 어째서 그런지는 제가 설명할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인생은 여행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태어나서 전 생애를 한 곳에서 보낸 사람이나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타지를 여행하는 사람에게나 똑 같이 적용됩니다. 우리는 그저 그 장소를 그 시간에 스쳐 지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일정 장소, 일정 지위에서 조금만 기득권이 생겨도 그 곳을 '사수'하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고달프기는 너나 할 것 없는데 자신이 자리잡은 곳이 영원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부하직원이 못마땅하여 그를 내보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는 부장이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그 부장이 그 직원을 해고하는 날 자신도 동시에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불시에 받는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이제까지 인간적 감정의 마찰에도 불구하고 그 직원을 내보내려고 그리도 애썼던 자신의 노력이 정말로 부질없이 느껴지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자리를 지키려고, 우리의 명예를 높이려고, 또 우리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는 것을 손가락이 부러질 정도로 움켜쥐고 있는 그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는 순간이 되어서야 깨닫는 존재들입니다. 자신도 나그네였음을 그제서야 깨닫는 것이지요.
 
그런데 학교나 회사에서, 혹은 어떤 조직에서 자신이 주인이 아니라 객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사람들은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을 보입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객'됨을 일깨운 '주인'처럼 되기 위해 더 기를 쓰고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그 자리에 붙어 있으려고 합니다. 더 큰 힘을 가지면, 더 큰 영향력을 가지면 그 자리를 영원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한 두번 이런 일을 겪고 나면 이 세상에서 자신의 '정착'이라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의문을 갖기 시작합니다. 사원을 자르는 부장도 회사의 객입니다. 부장을 해고하는 사장도 시장의 객입니다. 회사가 언제 망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 회사를 품고 있는 시장조차 객입니다. 그 역시 사람 사는 세상의 명멸하는 순간 현상에 불과하기 때문인 것은 우리 인생 자체가 지구별을 지나치는 여행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나그네 길'임을 알았다면. 다시 '7대 수칙'을 잘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복음이란 '정착'이란 허상에 사용할 에너지를 함께 여행하고 있는 길동무에게로 돌리는 것이니까요.
 
문단열 / 성신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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