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과 함께 울고 웃은 행복한 한 해

[ NGO칼럼 ] 행복한 노숙인 사역

이필숙이사 webmaster@pckworld.com
2013년 01월 09일(수) 17:44
[NGO칼럼]

새해를 맞아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 노숙인들과 함께 울고 웃은 행복한 일년이었다는 고백을 하게 된다. 지난해에는 금정희망의집에서 거주하던 노숙인 아저씨들이 자립해서 12명 정도가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했고, 가족을 만나기도 했다. 이러한 순간들이야말로 매일 좌충우돌하는 노숙인 사역에 대한 행복한 보상이다.

지난 2012년을 마무리하면서 시설에 있는 60명의 노숙인들 중 20명이 저축을 해서 부산시로부터 최우수 저축상을 받았다. 가장 많이 저축을 한 분이 8백만 원이나 된다. 그 뒤를 이어 7백60만 원, 6백만 원 등 노숙인들로서는 놀라운 액수의 돈을 모아 저금을 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성실히 노동하고, 아끼고 저축한 분들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또한, 사역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동료들이 서로 함께 마음을 모아서 사랑을 나누고 협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은 '나눔'과 '섬김'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말로 고백한다는 것보다 삶으로 증명할 때 더 드러난다. 선언 보다 행함이 중요한 것 같다.

금정희망의집에서 생활하는 분들 중에는 한주도 빠지지 않고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리고 "주는 그리스도요. 살아계신 하니님의 아들"이라는 신앙고백을 하는 이들도 30~35명 정도가 된다. 열정을 다해 사랑을 전하고 나누는 실천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노숙인 쉼터를 시작할 때는 역경이 많았다. 시설 허가 신청을 하려고 시청과 구청을 방문했을 때도 "여자인데 할 수 있겠는가", "여자라서 거친 사람을 다루기에는 너무나 힘들 것이다"라며 비관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이러한 우려 속에 구청 담당 계장에게 몇 번이고 서류를 거절당한 기억이 있다.

현재 노숙인 쉼터 사역을 시작한 지 15년이 흘러간 뒤에는 많은 남성 목회자들이 사역하던 쉼터는 8곳이 문을 닫은 반면 여성이 운영하고 있는 쉼터인 금정희망의집은 부산에서 가장 잘 운영되고 있는 쉼터로 각광받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는 사역의 순간순간마다 지혜를 주셔서 노숙인들에게 삶의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물론 금정희망의집을 스쳐지나가는 노숙인들도 있지만 그 중에 많은 이들이 한알의 밑알이 되어 많은 분들에게 귀감이 되기도 한다.

부디 금정희망의집에서 부르는 희망의 노래가 사회 속에 커다란 울림으로 공명되는 그날까지 우리의 사랑이 믿음이 끊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더불어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는 사회의 따뜻한 손길을 받지 못해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 진정한 사랑을 나누는 복음과 복지를 이루어 나가는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 끝으로 금정희망의집에서 생활한 서상훈 씨의 시 '이방인'이라는 시를 읽으면서 눈물 많은 CEO의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밤새껏 차디찬 지하도 뉘인 몸뚱인 / 천근만근인데 아침을 알리는 걸음들은 나를 깨운다. // 화장실 세면대에서 고양이 세수 마치고 / 성급히 나오지만 갈 곳 잃는 나는 광장을 서성인다 // 저들의 바쁜 걸음들은 어디로 향하는 걸까 /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일터일까 / 아니면 그리운 가족과의 만남일까 / 그도 아니면 연인과의 즐거운 데이트일까 // 씹디 씹은 꽁초 입에 문 채 / 갈 곳 잃어 허둥대는 나는 // 저 무리에 속할 수 없는 이방인인가보다 / 세상에서 잊혀진… // 내 인생 내 지게에 지고.


이필숙이사 / 금정희망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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