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감사, 그리고 희망

[ 논단 ] 기쁨과 감사, 그리고 희망

박진탁
2013년 01월 09일(수) 17:23
[주간논단]

사막이라고 하면 흔히 사하라 사막처럼 휘몰아치는 바람에 모래가 언덕을 이루고 있는 곳을 떠올린다. 그런데 LA에서 동부 쪽으로 그랜드캐년이라는 국립공원을 찾아 가다보면 그러한 고정관념을 깨는 사막을 만나게 된다. 바로 모하비 사막이다. 그곳에는 가도 가도 끝없는 황량한 길 양 옆으로 말뚝처럼 군데군데 조수아 나무(가시선인장)가 서 있고, 싸리나무 같이 생긴 잡초들이 자라고 있다. 더러는 뿌리가 뽑혀 이리저리 굴러다니기도 하는 그 초목들을 보고 있노라면 물 한 방울 나지 않는 사막에서 도대체 어떻게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지 신비롭기만 하다.

놀랍게도 이곳의 식물들은 뿌리에서 물기를 빨아 올려 줄기와 잎으로 보내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반대로 밤사이 내린 몇 방울의 이슬을 잎이 흡수해서 뿌리로 보내는, 역생의 삶의 산다고 합니다. 그랜드캐년의 장대한 모습도 감동이었지만 상식을 뛰어 넘은 강한 의지로 살아가는 모하비 사막의 보잘 것 없는 풀들의 존재는 아직까지도 나의 가슴에 감동으로 남아 있다.

사랑의장기운동본부가 이 한국 땅에 설립된 지 어느새 22년이 된다. 돌아보면 사면초가와 같은 어려움도 많았고, 기가 질리도록 억울한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지금껏 지내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어려운 고비마다 나를 일으켜 세우신 하나님의 계획과 지나온 발자국 마다 가득했던 주님의 은혜 덕분이었다. 1968년 이 땅에서 헌혈운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 많은 분들이 적극 만류하였다. 그러나 이 일은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보혈의 공로에 응답하는 고백이라 믿고 많은 교회가 참여하리라 확신하였기에 필자는 강하고 담대하게 설 수밖에 없었다.

1991년 사랑의장기기증운동을 시작했을 때도 '누가 자기의 신장을 떼어 주겠느냐'며 모두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렸다. 그러나 그렇게 막막한 상황이었기에 오히려 더 하나님의 능력만을 의지하고 앞만 보고 달려 올 수 있었다.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려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롬 12:1)

오늘날 사랑의 장기운동을 통해 많은 환우들이 희망을 다시 찾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놀라운 결과는 몇 사람의 의지나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 모두가 임마누엘 하나님의 은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므로 지금 나는 이 모든 일을 이루신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은 온유하고 선한 믿음의 형제들의 헌신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지금껏 지탱해 왔다. "우리가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나니 그러므로 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이로다(롬14:8)"라고 고백하는 많은 신장, 간, 사후각막 기증자와 뇌사자 그리고 시신 기증자의 사랑이 모여 연간 3천여 명이 새 생명을 얻었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에 참여해준 3천여 교회와 80여 만 명의 등록자들에게 감사하고 있다. 그리고 아름다운 헌신 위에 하나님의 풍성하신 은총이 함께 해 놀라운 생명의 기적이 앞으로도 더욱 풍성이 일어날 것을 나는 믿는다.

박진탁 /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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