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에 이어 부모님의 이혼까지, 왜 제게 이런 일이 생긴걸까요?

[ 상담Q&A ] 상담Q&A

김학수목사
2013년 01월 09일(수) 15:16
   
Q : 저는 25세 여성으로 6년 전(고3) 집에 흉기를 든 괴한이 침입하여 평생 잊지 못할 일을 당했습니다. 그 일 후, 부모님은 다투다가 이혼했고 저는 괴한에 대한 분노와 나로 인해 부모님이 이혼했다는 자책감 속에 살았습니다. 다행히 교회에 출석하며 안정을 찾아 그 기억이 다 사라진 것 같았는데 얼마 전, 검찰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다른 사건으로 체포된 범인이 조사받던 중 DNA검사로 저를 성폭행한 범인으로 밝혀진 것입니다. 그 순간 악몽이 살아나 두려움과 분노, 회의가 찾아왔습니다. 과연 하나님은 계시는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이런 사람도 용서해야 하는가? 도무지 하나님은 내 편이 아닌 것 같습니다.

A : 가장 이겨내기 힘든 상처를 입은 분노와 아픔이 느껴져 제 마음도 아파옵니다. 지금 겪고 있는 두려움과 분노, 그리고 하나님께 대한 회의의 감정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분노는 상처받은 것에 대해 일어나는 반응으로 '내가 상처를 받아 아프다'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신앙생활을 하며 안정을 되찾았고, 어느 정도 상처에 대한 기억이 잊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해결되지 못한 상처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에 내재되어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심각한 정서적 장애를 유발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범인이 체포되어 연락이 온 것은 치유를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난 것에 대하여 좌절감과 절망감으로 더 이상 자신을 비난하거나 자책하는 행동을 멈추어야 합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미 일어난 그 사건에 대해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가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불가항력적으로 괴한에게 당한 일과 부모님의 이혼에 대해 자책하는 것을 멈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되기 위하여 과거의 사건을 '지금 여기(here and now)'로 끌어와 현재에서 경험하는 것처럼, 그 범인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을 폭발적으로 격하게 감정을 실어 쏟아버려야 합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자신의 억울한 일을 엄마나 아버지께 이르듯이 억울하고 도저히 용서하지 못할 범인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는 '토하는 기도'를 권면합니다. 이것은 듣기에 민망할 정도로 자신의 모든 상처와 분노를 있는 토해내는 것이어야 합니다. 때로는 하나님께 왜 이 상황으로 몰아가는지 따지기도 해야 합니다. 이때, 그 범인이 앞에 있다고 가정하고 주변에 있는 물건으로 두들겨 패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범인이 잡힌 것에 대하여 감사하는 기도를 하세요.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기억이 사라진 것 같이 여겨졌을 뿐 더 큰 정서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의 이혼문제에 대해서도 재해석을 해야만 합니다. 어쩌면 이 사건이 아니었을지라도 이혼하셨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즉, 무모님의 이혼에 대한 자책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부모님의 이혼에 대해 마치 자신 때문인 것처럼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성폭행을 당한 자신을 용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범인과 이혼한 부모님을 향한 분노와 죄책감의 끈을 놓아야 합니다. 마치 줄다리기 경주에서 이기기 위해 잡아당기던 끈을 포기하고 놓듯이 놓아버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용서의 과정입니다. 그때 비로소 진정한 치유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김학수목사 / 장위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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