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무새교회-길에서 방황하는 노숙인들 가족으로 품습니다

[ 연재 ] 들무새교회 노숙인 사역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13년 01월 07일(월) 16:09
[작은이의 벗된 교회]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새밑, 작은이들에겐 도움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오늘도 이 땅에서 소외된 작은이들은 거처할 곳이 없어 콘크리트 바닥과 길거리에서 박스로 이불삼아 잠을 청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저녁 시간.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상가 3층과 4층에 자리한 용천노회 들무새교회(김홍기목사 시무)는 소외된 작은이들을 위해 오히려 불을 환하게 밝힌다. 30여 명의 노숙자들이 거주하는 쉼터, 들무새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는 들무새교회는 한파가 기승을 부릴 수록 여건상 노숙인들을 더 받을 수 없어 더욱 마음 아파한다.

올해로 노숙인들을 위한 사역만 10년째인 들무새교회는 노숙인들의 치유와 자활, 그리고 쉼터를 운영하며 작은이들의 진정한 벗되는 사역에 앞장서 왔다. 길거리를 방황하며 노숙하는 작은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생필품을 나눠주고 그들을 쉼터로 데려와 치유하고 자활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들무새교회의 노숙인 사역은 그들과 한 가족이라는 공동체 의식에서 출발한다. 쉼터를 찾아온 노숙인들의 건강상태가 대부분 악화돼 있어 교회는 우선 이들의 건강을 되찾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충분히 쉬게하고 많은 음식을 섭취하며 안정을 취하도록 돕는다. 그 다음 단계에선 굳게 닫혀 있는 노숙인들의 마음문을 열게 하는데 맞춰져 있다. 매일 오후 5시부터 1시간 정도 서로 대화하며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끌어내는 작업을 진행한다. 그런 후엔 함께 식사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이들은 곧 바로 세상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이들이 스스로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교회는 그들의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까지 감당한다. 교회에서 펼치는 노숙인 사역의 궁극적인 목표가 노숙인들 스스로 자활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그들이 스스로 일을 해서 작은 집을 얻어 자립하는데까지다. 그동안 이곳을 거쳐간 노숙인들 중에 8가정이 자립했다.

지난 10년간 들무새교회가 노숙인들을 위한 사역에 뛰어들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다. 담임 김홍기목사의 특별한 사명감 때문이다. 사범대를 졸업하고 직장생활하던 김홍기목사는 뒤늦게 하나님을 만나고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뒤늦게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됐다. 그가 목회사역을 감당하던 시기는 IMF로 노숙자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다. 하루는 노숙자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혼자만 편안하게 지내도 되느냐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노숙인을 위한 사역에 무작정 뛰어들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시설에서 노숙인을 돌보는 사역을 시작한 것. 그러나 정부의 지원금이 대부분 시설 유지하는데만 사용되고 정작 노숙인들을 위해서는 사용되지 않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는 직접 노숙인 쉼터를 운영하기로 마음먹었다.

교회에서 하던 일반목회와 달리 그들의 아픈 상처를 꺼집어내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순수한 내면을 발견하는 노숙인 사역은 인생을 새롭게 배우는 계기가 됐다. 그는 "노숙인들의 순수하고 선한 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면서 "배운 것이 없어 사기도 당하고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됐지만 그들의 순수한 마음 때문에 오히려 인생을 새롭게 배운 기회가 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힘든 사역 때문에 그는 이 사역을 시작할 당시에 1년간 아무 것도 하지 못한채 눈물만 흘려야 했다. 처음엔 노숙인들도 마음 고생이 심했다. 여기에 매일 30여 명에 이르는 식사비와 잠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소요되는 건물 임대료 및 전기세 등으로 인해 눈물없이 한 달을 넘어간 일이 없을 정도였다. 물론 이러한 처지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께 더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들무새교회가 꿈꾸는 소망이 있다. 재정 걱정없이 노숙인들을 모실 수 있는 자체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다. 자체 공간이 마련돼야 더 많은 노숙인 가족들을 모실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일을 위해 들무새교회는 기도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노숙인들을 내 이웃,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교회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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