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에 띄우는 편지

[ 기고 ] 새해 아침 띄우는 편지

안유환목사
2013년 01월 07일(월) 15:21

[독자투고]

K 집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지난해는 안팎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너무나 수고가 많았습니다.   

저는 새해 첫날 아내와 함께 '장발장(레미제라블)'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것은 주님의 얼굴을 보는 것"이란 대사를 끝 부분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몇 번이나 울컥, 울컥 눈물이 솟구쳤습니다. 마치 예배하며 한편의 감동적인 설교를 듣는 것 같았습니다. 은촛대로 죽어가는 장발장의 영혼을 구해낸 사제처럼, 그 은혜를 평생 기억하고 사랑하며 용서하며 인내하며 살아간 장발장처럼 살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조만간 다시 한 번 그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뜻밖에 사흘 만에 다시 '장발장'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담임목사님과 교역자들이 새해를 맞아 함께 점심식사를 한 후에 그 영화를 보게 된 것입니다. "너의 생각은 항상 맞지 않았어. 나는 천성적인 도둑이 아니라 보통 사람일 뿐이야." 이것은 장발장이 집요하게 그의 뒤를 추적하고 있는 자베르 경감을 다시 한 번 용서하며(살려주며) 내뱉은 말입니다. 인간의 선입견이나 '정죄'가 얼마나 인간관계를 뒤틀리게 한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온 목회자들의 눈가에는 모두 얼룩이 져 있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입에 넣은 사탕을 씹어 먹기보다는 되도록 오래 빨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좋은 기분은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것도 우리의 마음입니다. 저는 새해의 기분만큼 좋은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해를 새해아침처럼 살 수 있다면, 그런 다짐으로 일생을 걸어갈 수 있다면 한 인간의 생애는 엄청나게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비록 그 다짐이 얼마 뒤에 다짐만으로 끝나버린다 할지라도 그에게는 아름다운 흔적으로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새해가 올 때마다 기도드린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는 특권이야말로 언제나 새해가 우리에게 주는 아마 유일한 선물이 아닌가 나는 생각해본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 저자 전혜린의 말입니다. 저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꿈꾸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날마다 새로움을 찾아가는 순례의 길이다. 멈추면 침잠할 것 같았기에 새것을 찾아 흘러내리고 때로는 거슬러 오르며 방황하기도 했다. 무엇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도 새로움에 대한 갈망은 밀물처럼 가슴에 끓어올랐다." 제가 한 문예지에 썼던 글을 옮겨본 것입니다. 새로운 꿈을 꾸고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에게 주어진 특별한 복이지요.
 
작자미상의 이런 시가 있습니다. "새해아침/ 나는 세척의 배가 물결을 헤치고 오는 것을 보았다./ 물결을 헤치고, 물결을 헤치고,/ 세척의 배가 물결을 헤치고 오는 것을 보았다." 저는 이 세척의 배가 아름다운 꿈을 가득 실은 배라는 생각이듭니다. 선한 꿈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K 집사님, 더욱 건강하시고 새해에 계획한 꿈을 아름답게 이루시는 복된 한해가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샬롬.
 
안유환 올림(부산 남노회 은퇴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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