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것만 그리느라 소중한 작은 것 잃어온 건 아닌지…

[ 예화사전 ] 작은 것 놓치지 말아야

김운용교수 webmaster@pckworld.com
2013년 01월 04일(금) 16:25

[예화사전]

몇 년 전 대학 교학처장을 하고 있을 때 학생들 몇 명과 함께 한 장례식장에 조문을 다녀온 적이 있다. 22살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학생의 장례식장이었다. 교회음악학과에서 성악을 전공하던 그 학생은 선교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동남아시아에 6개월 견습선교를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곳의 아이들에게 찬양을 가르치며 복음을 전하였고 떠나올 때는 용돈 절약하여 가지고 있던 돈을 다 털어 중고 피아노를 사서 선물하고 올 만큼 마음이 따뜻한 학생이었다. 2009년 2월, 방학 내내 준비하여 일본 찬양선교를 출발하기 직전에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갔다가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은 학생이었다. 10개월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딸아이를 세밑 차가운 날씨에 떠나보내야 하는 부모의 슬픔을 어떻게 위로할까 조금 걱정하며 갔는데 오히려 은혜를 받고 돌아왔다. 예배할 때 거기에 참석한 30여 명의 학생들이 친구를 떠나보내는 슬픔을 안고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 없도다…" 눈물로 찬양했다. 성악 전공자들이기도 했지만 친구에게 외치듯 부르는 찬양이 얼마나 간절했던지, 찬양이 시작되자 옆 상갓집에서도 찬양을 듣고 싶어 몰려왔다. 그 학생의 짧고도 고운 인생을 생각하니 절로 눈물이 나와 눈물로 말씀을 전했다.
 
예배 후 부친이 투병하던 10개월 동안의 딸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부친이 개척한 교회의 아동부를 맡았는데 무에서 시작해 몇 달 만에 3백여 명이 출석하는 교회학교로 성장했단다. 급성장한 아동부를 돌보자니 주일에 얼마나 바빴겠는가? 그런데 오후엔 말기 암 환자의 몸을 이끌고 부근의 군부대 교회를 찾아가 찬양을 인도했단다. "요즘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 걱정이 된 아빠가 한마디 거들었더니 그렇게 대답하더란다. "아빠, 어쩜 오늘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대충할 수가 없어요. 지금 만나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보는 거라고 생각하니 대충 만날 수가 없어요. 오늘 부르는 찬양이 마지막 찬양이고, 드리는 예배가 마지막 예배이고, 드리는 기도가 마지막 기도라고 생각하니 그것도 대충할 수가 없구요. 이 작은 것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제 알았는데 그걸 놓칠 수가 없어요. 아빠도 큰 일 하시면서 작은 일 놓치지 않도록 하세요…."
 
작은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며 살았던 짧디 짧은 그 삶이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는 우리에게 선물이 되어 있었다. 올해가 내 인생의 마지막 해이고, 이것이 마지막 예배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고 작은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며 사는 것을 종말론적 삶의 자세라고 하던가? 사실은 우리 모두가 끝이 있는, 그것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인데…. 그래서 마종기 시인은 "하루의 모든 시작은 기적이로구나…"라고 외쳤을 것이고 백창우 시인은 "이제 숨 좀 돌리고 다시 생각해 보자 / 큰 것만 그리느라 소중한 작은 것은 잃어온 건 아닌지…"라고 노래했을 것이다.
 
이제 우린 다시 새해라는 종이에 무엇을 그릴 것인가?

김운용교수 / 장신대ㆍ예배설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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