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 문단열의 축복의 발견 ] 축복의발견

문단열 webmaster@pckworld.com
2013년 01월 04일(금) 16:20

[축복의 발견]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 네 이웃의 아내나 그의 남종이나 그의 여종이나 그의 소나 그의 나귀나 무릇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라(출 20:17)

얼마전 독감이 걸린 이후로 저는 동영상 촬영과 편집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오래 전 부터 염원하던 공부였지만 막상 시작하니 어찌나 재미있는지 매일 밤을 새워 작업하고픈 욕망과의 전쟁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에 그리도 열망하는 이유는 제 평생 '내 손으로 영어 프로를 자체제작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하는 장비에 꼭 하나 더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블루 스크린'이라는 것인데 문자 그대로 파란 배경막입니다. 그 앞에서 강의를 하면 편집 시 배경을 자유 자재로 바꿀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스투디오에서 연기하지만 작업이 끝난 후에 저는 달 표면에서 강의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촬영도 배웠고, 편집도 배웠고, 카메라도 갖췄으니 이제 블루 스크린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알아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번 달 예산으로는 용을 써도 살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자 마음이 한없이 조급하고 슬퍼졌습니다. "교회를 위해서 좋은 동영상을 만들 수 있는데…", "평생 꿈꿔 온 재밌는 영어강의를 당장 만들 수 있는데…" 돈 몇 푼에 막혀서 이걸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습니다. 사흘 정도 앉으나 서나 물건 생각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블루 스크린을 열망하는 그 상태로 돌입한 그 순간부터 저는 두 가지 잃어 버린 것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내 마음 최고의 자리'입니다. 우리는 그 자리에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놓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 나자마자 그것을 생각합니다. 낮에도 그것을 시시때때로 떠 올립니다.
 
그리고 자기 전에도 그것을 품고 잡니다. 이렇게 하는 것을 '경배한다'고 합니다. 저는 사흘 동안 블루 스크린을 그 자리에 왕관을 씌워 대관식하고 그것을 주야로 경배했습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의 평화는 잠시 나를 떠났음을 고백합니다. 블루 스크린 현상이 가져온 두 번째 결과는 지금 내가 하지 못하는 모든 것의 이유가 그것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촬영도 저런 촬영도 다 그것이 없어서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앉으나 서나 블루 스크린 생각은 저로 하여금 지금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들을 그것이 생긴 이후로 미뤄버리는 '행복 유보 증상'을 오랫만에 재발시켰습니다.
 
'앉으나 서나 생각'은 왕이 계실 자리를 종이 차지할 때 벌어지는 증상입니다. 갑자기 나는 내 인생의 주체에서 노예로 내려옵니다. 종이 왕이 됐으니 왕의 신하였던 저는 길바닥으로 내쳐지는 것이지요. 게다가 사태의 본질을 깨닫지도 못하고, 내가 지금 불행한 것은 내게 없는 바로 그것 때문이라는 그래서 그것이 있어야 내가 행복해질 것이라는 치명적 '행복 유보증'을 키워 나갑니다. 앉으나 서나 무었을 원한다면, 그 무엇이 물건이든 이성이든, 지위든, 성취든 간에 당신은 '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그런 것을 원하는 것은 그것이 주는 일시적인 짜릿함 때문입니다. 하지만 짜릿함에는 내성이 있습니다. 바늘을 탐내면 소를 탐내게 되어있고, 우리는 영원히 마음의 평안을 유보한 채 탐하다가 ,혹은 탐 했던 것들을 손에 넣지 못한 한 속에 죽어 갈 것입니다.
 
'앉으나 서나' 생각나는 것이 오늘도 당신의 마음을 메우고 있습니까. 잠시 한 발 물러나 '네가 정말 나의 왕이 될 자격이 있나' 조용히 물어보십시오. 오늘도 당신 마음 가장 높은 곳에 예수님을 모시기를 기도합니다.

문단열 / 성신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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