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공보 창간 67주년 특별좌담회

[ 연재 ] 본보 창간 67주년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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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1월 04일(금) 16:00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 신문의 역할

오늘날 급변하는 미디어 상황 속에서 인쇄매체인 신문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은 듯하다. 종이 신문의 종말을 예고하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기독 언론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신문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은 현실 속에서 본보가 창간 67주년을 맞았다. 본보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기독언론이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고 한국사회와 교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찾기 위해 특별좌담회를 마련했다.<편집자 주>

   
                              방형남논설위원                   심재철교수                      임성빈교수

본보 창간 67주년 특별좌담회
참석자 : 임성빈교수(장신대), 심재철교수(고려대), 방형남논설위원(동아일보)
장소 : 본보 회의실
정리 : 김성진부장
사진 : 장창일차장

임성빈 : 기독공보가 창간 67주년을 맞아 사회를 향한 교회의 역할과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따른 신문의 역할을 주제로 좌담회를 갖고자 한다. 먼저 오늘날 우리 사회 안에서 언론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이야기로 좌담회를 시작했으면 한다.

방형남 : 신문의 위상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보면, 요즘 신문의 위상은 상당히 절하됐다. 이에 근거해 신문의 순기능을 말한다면, 새로운 뉴스를 빠르고 정확하게 보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 정보의 홍수 속에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어느 것이 정확한 것인지에 대한 의미를 전달해 주는 것도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의제설정이라는 기능도 순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반해 신문의 역기능은 현대사회가 복잡해지고 자기의 감정을 적극 표현하는 시기에 언론이 특정 이슈나 경향을 집중 보도하면서 서로 갈등을 확산시키고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전통 언론들은 나름대로 책임감이 강하다. 올해로 기독공보가 창간 67년의 역사를 자랑하듯이, 그 역사에 누를 끼지지 않도록 사물을 봐야 한다. 그런데 요즘 SNS나 인터넷은 조금 책임감이 없어 보인다. 특히 특정인이 의도를 가지고 사태를 왜곡하는 보도를 하고 있는데 전통 언론이 볼 때엔 유려가 된다. 이것이 역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심재철 : 예일대 라스웰 교수는 매스컴 연구의 시조라고 불리는 분이다. 1950년대에 언론의 세 가지 기능을 언급했다. 주위환경에 대한 감시기능, 제세력의 연결, 문화의 전승 등이다. 이후에 오락기능이 포함되면서 언론의 네가지 기능이라고 불리고 있다. 네 가지 기능에 근거해 주위환경을 잘 감시하지 못했을 때 역기능이 될 수 있다. 기자는 발로 이야기 하고 기사로 말해야 한다. 기사로 잘 설명해주고 잘못된 것을 지적하며 청소하는 작업을 한다면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언론이 리더 역할을 했다. 기자들도 엘리트 의식이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들어오면서 모든 사람이 정보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우리 사회도 변혁기에 있다. 과거에는 사회에서 몇 그룹만이 힘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언론은 특정 그룹만을 대변해서는 안된다. 한가지 더 지적한다면, 신문의 위기는 경영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좋은 저널리즘이 꼭 좋은 경영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같다. 언론이 많다보면 특정 그룹을 대변해야하는 상황도 있다. 그럼에도 저널리즘의 원칙은 정확한 보도이다. 기자들을 가르칠 때, "엄마가 자녀를 사랑한다고 해도 왜 그 말을 이 순간, 이 시간에 했는지를 체크하라"고 가르친다. 정확히 보도해야되는데 정확한 보도를 하지 못하고 잘못된 루머를 확산하는 것이 곧 언론의 역기능이 아닌가 생각한다.

임성빈 : 기존의 매체들이 정확성을 신문의 강점으로 생각한다면 최근의 SNS는 신속성에 강점을 두고 있다. 정확성과 신속성, 이 두 가지의 약점이 보완될 수 있음에도 지금은 서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또 한 가지는 언론이 사회 통합기능을 가져야 한다고 했지만 요즘엔 당파성을 조장하는데 쓰이고 있다. 당파 싸움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언론이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강화된 것은 한편으론 경영과 자본의 문제에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방형남 : 최근엔 당파성이라든지 특정 이데올로기를 지향하고 지지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신문이 지켜야할 정도는 신문에 종사하는 기자들 모두에게 주어져 있다. 문제는 경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때로는 독자들에 영합하고 신문의 정도가 아니면서도 경제 상황과 광고에 도움이 된다면 취재도 하고 보도도 하는 경향을 띠는 경우가 있어 내부적으론 큰 고민이다. 신문의 정도를 포기하면서 경영쪽으로 가야하느냐를 두고 고민하게 된다. 외부 경제 상황이 좋을 때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에는 경영 문제가 대두되기 때문에 심각한 저해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경영 쪽의 압력이 더 강해지고 있다.

심재철 : 역기능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다른 각도에서 신문의 역사를 보면, 한쪽에는 공정하게 보도해야 한다는 측면이 있다. 다른 한 측면에는 선전 광고(boosterism)라는 것이 있다. 특히 기독공보의 목표는 하나님의 말씀 전파다. 세속적으로 보면 당파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선전 광고에 목표를 둔 신문이다. 신문은 정확하게 보도해야하지만 두 가지 칼날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하나는 공정하게 보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신문이 지향하는 이념을 전파하는 것이다.

임성빈 : 선입관이나 편견없는 해석은 없다. 기자들은 자기의 선입관을 가지고 기사를 쓴다. 결국 해석하는 독자의 손에 판단을 맏기는 것이다. 예전에는 기자들이 탁월한 전문성을 지니고 있었기에 계몽적이고 계도적인 측면이 앞섰지만 요즘 민주 시민사회에선 당파성같은 것도 긍정적으로 말할 수 있다.

심재철 : 프로파간다(propaganda, 선전 홍보)라는 단어가 구교에서 포교 활동이라는 의미로 쓰여졌다. 기독공보는 기본적으로 기독교사상을 전파하는 사명을 가지고 만드는 신문이기 때문에 선전 홍보를 잘 해야 한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합리성이 있어야 하고 설명이 있어야 한다. 그런 것들이 기독공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임성빈 : 8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교회들이 저녁예배냐 오후예배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미국도 포드 자동차가 나오면서 교회가 변화를 겪었는데 동네 교회에 나가는 것에서 동네를 벗어나 먼 교회로 옮기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정적인 것은 차의 히터였다. 차의 히터가 장착되면서 겨울에도 먼 교회에 가기 시작했다. 교회 지형의 변화가 일어났다. 매스컴의 변화도 컸다고 본다. 기독공보가 올해 창간 67주년을 맞는다. 국내 최초의 주간지이며 가장 오래된 기독 언론이다. 주간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기독공보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린다.

심재철 : 기독교 언론이라는 점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많지 않은 것같다. 목회자 중심의 신문, 기독교 지도자를 위한 신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기독공보가 교계를 홍보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는 신문이라는 점에서 교계에 대한 감시는 어렵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중요한 이슈에 대해 다루지 않는다면 결국 기관지로 끝난다. 품격 높은 비판을 하지 않으면 기관지로 전락하게 된다. 그리고 주관지라는 특성에 맞게 기획기사가 있어야 한다. 현재는 일간지 형식으로 스트레이트 기사 위주이다. 기획이 보강돼야 한다. 기획을 하려면 시간도 재정도 많이 필요하다.

방형남 : 형식면에서 보면, 형식이 내용을 결정짓기도 하겠지만 기독공보는 일반신문을 많이 닮아 있다. 세속적인 일반매체는 경쟁이 심하고 다른 대안매체들도 공존하고 있어 읽는 신문보다 보는 신문을 추구한다. 활자를 키우고 그래픽도 넣고 제목도 자극적으로 뽑는다. 제목에 끌려 신문을 보도록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특별한 사명을 가진 기독공보는 보는 신문이 아니라 읽고 생각하게 하는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 신문을 한 번 잡으면 내가 신앙생활을 잘못하고 있구나, 나보다 더 나은 신앙의 모델이 있구나, 자극을 주고 생각을 하게 하는 그런 신문을 만들도록 애를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론 사설 칼럼을 쓰고 있는데 몇년간 사설의 추세를 보면 매우 거칠어졌다. 제목도 자극적이 됐고 내용에 들어가는 단어도 자극적이다. 요즘은 더 심해지고 있는 편이다. 흥분하고 거칠어지는 세속 언론을 되돌리려면 교계 신문에서 절제된 언어를 많이 써야 한다. 이런 글을 써도 사람을 설득하고 설명할 수 있다.

임성빈 : 일간지 종교담당기자들이 무척 바쁘다보니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적인 뉴스는 기독공보의 기획기사를 통해 세속신문에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방형남 : 교계와 관련된 이슈에 대해선 세속언론이 취재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세상 언론이 기독공보의 판단과 해석을 인용해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학이나 법률 분야는 그렇게 하고 있다. 기독공보가 이러한 신문을 만들 때에 세속언론과 기독언론의 간격을 메울 수 있다. 기독공보는 종교전문기자를 만들어야 한다.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심재철 : 기독공보가 일반 언론과 매개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기자들의 기획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교육의 기회도 줘야 한다.

임성빈 : 신문에 미디어 비평 난이 있었으면 한다. 일반 신문에서 기독교와 관련된 뉴스를 비평하는 난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서로 너무 게토화돼 있다.

심재철 : 기독공보가 힘을 가질 수 있는 기획을 할 필요가 있다. 기획을 잘 하면 신문이 사향사업이라고 하지만 제위치를 찾고 성공할 수 있다. 교계를 대표하는 신문인만큼 목회자를 넘어서서 평신도도 독자로 참여할 수 있는 신문이 돼야 한다. 전국 노회의 의제들을 집중적으로 보도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방형남 : 흔히 신문을 말할 때에 이슈를 선점하자고 말을 한다. 국민들 사이에서 끌어오르는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빨리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이슈 선점이다. 예를 들어 이번 대선에서도 복지 무상복지 경제민주화 등이 국민들의 관심사였다. 교계에서도 무엇이 이슈인지, 사람들은 무엇이 잘못됐다고 하는지,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이에 대한 여론을 수렴해 잘못된 것들을 종합해서 계속 다뤄야 한다.

임성빈 : 기독공보는 교계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그 밑에 흐르는 평신도의 관심, 지교회의 관심, 우리교회에 대한 바램, 교회 주변에서 교회에 대한 바램 등에 대해선 부족한 부분이 있다. 이러한 내용을 담기 위해 옴부즈맨을 다루는 난이 필요하다. 흐름을 잡기 위해 청년 평신도를 대상으로 피드백을 받을 필요가 있다.

심재철 : 교계의 흐름과 교계의 사명, 교계가 나아갈 방향, 교계가 갖고 있는 문제점 등 이런 것들에 대한 기획보도를 해야 한다. 비리를 파해치는 기성언론이 아니라 교훈이 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내용을 다뤄야 한다. 이슈는 정확하게 짚고 건설적인 대안까지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영향력이 있다.

임성빈 : 이제 좌담회를 마무리하자. 기독공보의 비교 대상은 일간지다. 교계 안에서만 봐서는 안되고 보다 넓은 지평에서 기독공보를 봐야 한다. 신문에 담을 콘텐츠는 복음적인 것으로 세상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교계의 잘못을 정확히 지적하고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콘텐츠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일차적인 임무이고 콘텐츠를 잘 생산하기 위해 기자들의 근무여건을 높이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기독공보가 해야할 역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부적으로는 교회를 섬기는 역할을 해야 하고 외부적으로는 사회를 섬기는 언론의 역할을 감당해야한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위기의 때에 기독공보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결론적으로 얘기해달라.

심재철 : 기독공보가 67년의 역사를 가진 것으로 봐서는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을텐데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신문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기자들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기자들의 전문성을 높이는데 투자해야 한다. 신문의 질을 높이는데 투자해야 한다. 신문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자들이다. 따라서 기자들을 위해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위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국 기독교의 대표적인 언론이며 기독교의 본류인데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이 기본이 돼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같다. 기독공보가 가지고 있는 67년의 전통이 녹아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세계복음화의 중심에 서 있다.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선교사를 많이 파송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기독공보가 하나님이 주신 사명인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선포하며 선교를 이끄는 신문이 될 수 있도록 새시대에 맞는 언론으로 거듭나야 한다.

방형남 : 교계언론이 해야할 역할은 빛과 소금의 역할이다. 이것이 제1의 목표이다. 잘못된 풍조에 제동을 걸고 내 잘못이고 내가 좀 양보하겠다는 자세를 갖게 하는 기사를 많이 써야 한다. 우리 사회가 가장 갈급해하는 것은 소통이다. 소통에 대한 갈급함은 계속 될 것이다. 세속언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교계언론은 근원적인 것에서부터 잘못되고 있는 것,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들을 다뤄졌으면 한다. 교회 지도자, 평신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국민들을 위한 신문이 돼야 한다. 이러한 것에 소명감을 갖고 노력해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임성빈 : 시대적인 과제와 시대 정신에 대해 복음적인 관점에서 파악하고 해석한 뒤,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기독공보가 되기를 바란다. 오늘 기독공보 창간 67주년 특별좌담회에 참여해준 두 분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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