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의 대화가 자녀를 키운다

[ 교단일기 ] 부모와 자녀의 대화

김천갑교장 webmaster@pckworld.com
2013년 01월 04일(금) 15:41
[교단일기]

너희 말을 항상 은혜 가운데서 소금으로 맛을 냄과 같이 하라 그리하면 각 사람에게 마땅히 대답할 것을 알리라.(골로새서 4:6)

어느 학기에 세 학생을 교장실로 데려다가 정보올림피아드를 준비시킨 적이 있다. 한 학생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물어보고 어떻게 해서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어려운 과제가 주어져도 위축되거나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몸부림을 친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끊임없이 나와 그 학생 사이에는 질의응답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다른 두 학생은 문제를 보더니 쉽다고 말한다. 그리고 질문도 하지 않는다. 첫 번째 학생에게 "넌 이것도 모르냐?"라고 장난 반, 공격 반의 말을 던졌다. 그런데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고 말장난을 계속한다. 시작한지 20분도 안 돼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한다. 그러더니 결국 다른 방과후수업 반으로 가겠다고 나간다.

우리학교 학생들이 KAIST와 POSTECH의 영재교육과정에 응시해서 3명이 POSTECH 영재교육원에 합격했다. 그런데 한 명은 어려운 과제들을 성실하게 해서 제출했다. 하다가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저에게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 학생은 끝까지 영재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수료했다. 하지만 다른 두 사람은 그 영재교육 과정을 중간에 그만두었다. 난해한 과제를 제시받았을 때 한 번도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와 상의하러 오지도 않았다. 심지어 과제를 진행하는 온라인 사이트에 장기간 접속하지 않아서 과제를 제출하지도 못했습니다. 결국 탈락될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학생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를 만나도 도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사람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주변 환경의 자극에 대한 반응에 제약이 없다. 그 반응이 틀에 박힌 형식에 얽매이지도 않는다. 학생을 자신의 틀에 맞추어 장악하려고 하는 사고의 유연성이 없는 선생님에게는 이 학생이 버릇없어 보이기도 한다. 자기 틀에 가두어 두려고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학생은 제한된 틀에 가두어 놓으려고 하면 숨 막힐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에 그런 교육 환경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대체적으로 학부모들은 첫 번째 유형의 학생을 부러워한다. 그러면 아이를 어떻게 이런 유형의 자녀로 키울 수 있을까? 이 학생의 부모를 만나봤다. 그리고 가정에서 어떻게 자녀를 양육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가장 핵심적인 것이 바로 부모와 자녀 사이에 화기애애한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평상시뿐만 아니라 식사를 하면서도 학교 생활에 대해서 세세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읽은 책의 내용과 학교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 대해서 서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한다. 심지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연예계 이야기까지 격식을 따지지 않고 자기 의견을 서로 나눈다. 서로가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거나 비난하거나 화를 내는 일이 없다. 설명을 요구하면 자상하게 설명을 해주고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 다양한 사실적 근거와 논증을 하기도 하지만 각자의 의견을 인정하고 서로의 차이까지도 인정하는 식으로 대화를 나눈다. 부모라는 이유로 자식에게 강압적으로 부모의 의견을 받아들이도록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처럼 부모의 양육 태도가 자녀의 특성을 결정한다. 부모의 양육 태도는 부모와 아이의 대화 스타일에 그대로 반영된다.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의 대화는 자녀의 양육에 영향을 끼치는 절대적인 환경이다. 자녀는 부모의 양육 태도를 보여주는 부모의 거울이다.


김천갑교장 / 용북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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