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 데스크창 ] 처음처럼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2년 12월 28일(금) 17:07
[데스크창]

2013년은 UN이 정한 '물의 해'입니다. 인류는 물을 통해 문명을 발전시켜왔습니다. 강이 범람하거나 가뭄이 극심해지는 자연 재해 앞에 인간은 물을 다스리고 이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문명을 발전시켜 온 것이죠. 고대 4대 문명의 발상지는 이집트의 나일강 유역, 메소포타미아의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유역, 인도 북부의 인더스강과 갠지스강 유역 및 중국의 황하 유역을 중심으로 발달했습니다. 이들 유역은 비옥하여 농경, 무역, 민족이동, 전쟁 등으로 고대 문화권이 형성됐습니다. 물은 겸손합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또 물은 살아 있습니다. 물이 있는 곳에서 생명은 성장하는 법이니까요.
 
대선이 끝나고 새해를 맞으며 새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원회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모든 언론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취재하느라 열띤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 12월 25일 성탄절엔 서울 창신동 창일경로당을 방문해 무릎을 꿇고 앉아 노인들과 대화를 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그것은 대통령 당선인이 향후 국정을 겸허하게 이끌며 국민을 섬기는 자세가 겸손하리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그런 반면 지난 5년 간 국정을 책임진 현 대통령의 보도는 요즘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정권 말기의 레임덕(lame duck) 현상 때문일까요? 한 때 인기가 치솟던 연예인이나 권좌에 있던 정치인들이 인기가 땅에 떨어지거나 그 이름 석자가 너덜너덜해져 남루한 모습으로 자취를 감추게 되는 것을 종종 봅니다. 그야말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단어들이 떠오릅니다.
 
현 대통령 당선인도 5년 후에 어떤 평가를 받게될지 본인은 물론 모든 국민이 궁금해 합니다. 바라기는 현 당선인이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 (딤후4:7-8) 라는 고백을 하며 아름다운 퇴장을 하게 되시길 기원합니다.
 
정채봉 선생의 에세이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탁소에 갓 들어온 새 옷걸이한테 헌 옷걸이가 한마디 합니다. "너는 옷걸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아라." "왜 옷걸이라는 것을 그렇게 강조하시죠?" "잠깐씩 입혀지는 옷이 자기의 신분인 양 교만해지는 옷걸이들을 그동안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처음 마음은 겸손한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겸손이야말로 지도자의 덕목이 아닐까요? 겸손한 지도자가 그 조직을, 교회를, 나라와 민족을 생명으로 이끌어낼 것입니다. 출애굽의 지도자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과 마주할 때 자신의 빛나는 얼굴을 수건으로 가렸습니다. 진정한 지도자는 겸손이라는 수건으로 자신을 가릴 줄 알아야 합니다. 사실, 인기인이나 정치인 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있어 처음 마음은 중요합니다. 잠자리에서 눈을 뜨고 제일 먼저 바라보는 하늘, 그 하늘을 바라보며 드리는 첫 마디가 기원이 되기를! 새 신발을 신고 제일 먼저 내딛는 길, 그 길이 거룩한 곳으로 향하길! 새로운 펜의 첫 자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단어를 써 보는 일 등등 우리는 새해를 맞으며 다시 처음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해야할 일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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