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놈들은 니들밖에 없다

[ 젊은이를 위한 팡세 ] 하나님이 우릴 부른 목적

오대식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2월 28일(금) 16:27

[젊은이를 위한 팡세]

하나님이 우릴 부른 목적,
새일을 맡기시기 위함

하나님의 자녀 때문에
살맛나는 땅이 되어야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불교신자였다. 그것이 뭐 그렇게 중요한 일이겠는가 만은, 나를 참 힘들게 했던 이유가 되었다. 그것은 선생님께서 교회에 다니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학급에서 좀 떠들어도, 성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늘 반 아이들 앞에서 종교를 가지고 핀잔을 주시거나 야단을 치셨다. "교회 다닌다며?", "성적이 이게 뭐야?", "기도는 안 하냐?". 그냥 차라리 "왜 공부를 안 하니?" 하고 야단을 치면 좀 낫겠는데 종교를 가지고 약을 올리시니 때로는 마음에 분노가 치밀곤 하였다.

가을에 경주로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 선생님께서는 반 아이들에게 방을 함께 쓸 친한 친구 이름을 10명씩 적어서 제출하면 원하는 대로 방 배정을 해 주겠다 하셨다. 아이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친한 친구를 끼리 조를 짜고 있는데, 선생님께로부터 날벼락 같은 소리가 들렸다. "예수 믿는 것들은 같은 방 배정해 줄 테니 그렇게 알아라!" 그러면서 10명의 이름을 호명하셨다. 물론 내 이름도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는 선생님께서 예수 믿는 것들을 좋아하지 않으셔서 골탕을 먹이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그렇게 수학여행은 꿀꿀하게 시작이 되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수학여행은 공부라는 억압에서 벗어나는 일탈의 시간이다. 우리도 첫 날 저녁 자유시간을 만끽하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담임선생님께서 우리들 숙소의 방문을 여시고는 한 아름 갖고 온 시험지를 우리들에게 주시며 내일 아침까지 다 작성하라고 명령(?)을 하셨다. 무슨 시험지인가 펼쳐 보았더니 그것은 숙박시설의 청결도와 직원의 친절도 등을 묻는 설문지였다. 석 장 정도 분량의 설문지였지만 선생님은 전교생 것을 가지고 오셔서 우리가 다 하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사정을 얘기해 주셨다. 학생들에게 맡기면 장난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아 학교가 그동안 많이 망신을 당했고 교육청으로부터도 경고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설문지를 부탁하시며 가시는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말 한마디를 하셨다. "믿을 놈들은 니들밖에 없다!"

아! 그랬었구나! 그 날 우리는 힘들었지만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그리고 선생님이 툭하고 던진 한 마디가 어린 내게 평생 큰 힘과 확신을 주었다.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경험한 아주 작은 일화였지만 내게는 그 말이 살아가는 데에 큰 기준이 되었다. 예수를 믿는 사람들은 그가 속해 있는 곳에서 언제나 대안이 되어야 한다는 것, 가장 힘들 때 생각나는 사람이 되어야 하며, 공동체의 꼬여 있는 문제를 풀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목적은 하나님의 새 일을 맡기시기 위함입니다. 그 일을 통하여 하나님은 이 땅이 더욱 살기 좋아지기를 바라고 계신다. 기독교의 비뚤어진 배타성을 고집함으로 공동체를 편 가르고 공동체의 소통을 막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들 때문에 이 세상이 살맛나는 땅이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천국과 같지는 않다 할지라도 천국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자녀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하나님을 믿는 이 땅의 청년들이 교회와 사회의 대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대식목사 / 높은뜻정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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