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국 종교인들 후쿠시마 원전사고 현장서 핵 없는 세상 촉구

[ 선교 ] 범종교인 원전피해 규탄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2년 12월 28일(금) 09:36
범종교적 인사 87명 참석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발생한 원전 폭발 현장에서 WCC 회원국인 대한민국과 미국, 독일 등 10여개 국 87명의 참가자들이 핵 관련 범종교적 회의를 갖고 원전피해를 규탄하는 한편 오는 10월 부산 WCC 10차 총회에 성명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4-7일 WCC와 NCC는 원자력이 가져온 참사를 규탄하며 한국, 필리핀, 태국, 독일, 홍콩, 인도네시아, 스위스, 캐나다, 미국 등에서 온 87명의 참가자들과 핵 관련 범종교적 회의를 일본 아이즈 와카마쓰에서 개최했다. 종교를 초월해 열린 이번 회의 참석자들은 일본 후쿠시마현 서부에 위치한 아이즈 와카마쓰에 모여 원전피해를 규탄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다이키 나카시타목사와 후쿠시마 지역 거주자들에게 피해사례를 직접 듣는 시간도 있었다. 피해지역의 한 여성은 "자녀들에게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올거라고 말 못하겠습니다"라고 고백했다. "한 중년 남성은 임시로 마련해준 거처에서 끝내 자살을 하기도 했습니다"라며 다이키 나카시타 목사는 현 실태를 보고했다.

"집 주변에 방사능 농도 검사를 측정해보니 수치가 매우 높았습니다. 남편은 아이를 갖자고 하지만 후쿠시마에서 아이를 기를 수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피해지역 여성은 말했다. 현재 후쿠시마 피해지역 아이들은 외부활동을 할 수 없으며, 미혼여성들은 남성들이 자신들과의 결혼을 기피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현재 방사능 오염으로 거주가 불가능한 주택의 대출금을 갚느라 빚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아이즈 와카마쓰에 방사능 정보 센터가 존재한다는 것은 시민들이 정부로부터 방사능 피해 관련 정보를 충분히 듣지 못한다는 것을 역설한다. 주민들은 정부와 원자력 기업 임원들이 사고 초반 무계획적으로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바람에 사람들이 더욱 방사능에 노출됐다며 원망하고 있다.

에큐메니칼적 사업의 일환인 '도호쿠 헬프'는 일본 UCCJ(United Church of Christ in Japn)가 운영에 참여하며 사고 피해지역에서 먹거리 방사능 오염 여부를 측정하고 있다. 센터는 식료품, 농산물 뿐만 아니라 모유나 소변의 방사능 오염 수치 측정하고 있으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엔 규모적으로 한계가 있다. 센터에는 상담가와 목사가 배치되어 자신들의 먹거리가 안전한지 확인하고 싶은 시민들을 돕고 있다.

한 생존자는 "방사능에 노출되면 앞으로 어떻게 되는건지 정보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후쿠시마 지역이 안전하다고 믿고 싶은 사람들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혼, 자살, 가정폭력, 만연한 폭력사태입니다. 방사능은 우리의 몸 뿐만 아니라 가정과 지역사회의 관계를 망가뜨렸습니다"라고 한 생존자는 말했다.

이번 범종교적 원자력 관련 회의에서는 "안전한 원자력발전소는 존재하지 않으며, 안전한 방사능 노출 기준치도 없다. 원자력과 '생명과 평화'는 양립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발표자들은 원자력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체르노빌 핵 참사를 연상시킨다며 현 생존자들의 상태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자신의 지역에 돌아가 원자력에너지의 이용과 핵무기 관련 논의를 하고 실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행동지침을 구체화할 것을 결의했다.

   
후쿠시마의 사태는 전 세계 원자력 에너지 사용의 운명과 위험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테루미 카타오카목사는 "일본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과 이땅의 후손들의 미래를 망가뜨린 심각한 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원자력 발전소가 붕괴되었을 당시 바로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하였지만 교회를 폐쇄시키는 것은 이기적인 결정인 것 같아 다시 돌아와 생존자들이 재앙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돕기로 결단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것은 핵없는 세상을 함께 이루고자 온 것이다"라고 밝혔다.

회의 참가자들은 후쿠시마 현 주민들과 타 지역의 원전사고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할 것을 결의하고 최종 성명서를 오는 10월 부산에서 열리는 WCC 10차 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번역 이경남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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