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지킨 교회- 덕촌교회 원용연권사(2)

[ 향유와 옥합 ] 눈물로 지킨 교회

강영길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2월 24일(월) 09:38
[향유와 옥합]

   
1974년에 한 전도사님이 부임했는데 그 때부터 사택이 건축될 때까지 수년간 원 권사가 자기 집에서 교역자의 밥을 해드렸다. 자녀들 먹일 밥도 없는 여자가 목회자의 밥을 하니 동네에서는 이만저만 손가락질을 한 게 아니었다. 그 당시 성미를 담당하는 집사님은 끼니마다 꼭 한 접시의 쌀만을 줬다. 혹시라도 가난한 원 권사의 자녀들이 그 쌀밥을 먹을까 걱정했던 것이다. 그 쌀로는 도저히 밥을 할 수가 없어서 품삯으로 받은 돈으로 쌀을 더 사다가 꽁보리밥 위에 쌀을 살짝 얹어서 목회자의 식사를 마련했다. 어린 자녀들에게 먹이지 못하는 쌀밥을 목회자를 위해 대접한 것이다.
 
당시 전도사님이 심각하게 병약했는데 원 권사가 지극정성으로 보살핀 결과 건강이 회복되었다. 그 분이 광주 본향교회의 채영남목사다. 총각이었던 채영남전도사는 사례비 50원에 시무를 했으니 사실상 그 외딴 섬으로 선교를 온 셈이었다. 사례비 50원조차 헌금해 버리고 교인들을 인도하는 목사님을 통해 원권사는 가장 큰 영적인 영향을 받았다.
 
발가락 절단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 건축을 시작했다. 건축할 때는 늘 어려움이 따르는데 덕촌교회도 그랬다. 일할 성도가 없었다. 원 권사는 다리를 절면서 교회 짓는 벽돌을 거의 모두 혼자서 머리로 이어서 날랐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여자가 교회 짓는 데만 매달리니 살림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이를 보다 못한 동네 부녀자들이 나서서 딱 하루 벽돌을 날라주었다. 그때 저 사람들이 다 하나님의 일꾼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 원 권사는 많이도 울었다고 한다.
 
빚까지 얻어서 겨우 건축을 마쳤는데 술 취한 동네 남정네들이 와서 교회 정문을 부숴버렸다. 왜 하나님이 자기들에게는 축복을 안 하냐며 강짜를 놓는 것이다. 그 문을 다시 세우느라 다시 빚을 져야 했다. 그 빚을 갚느라 남의 화장실 똥을 퍼내고 일당을 받으면서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했다. 그러니 그 문짝조차 그냥 된 게 아니라 원 권사의 눈물로 세워진 것이다.
 
그 어려움 속에서도 믿음으로 자녀들을 키웠다. 원 권사가 회계 집사를 할 때 입에 풀칠도 못 하면서 자녀들을 대학까지 보내자 성도들이 원 권사를 의심했다. 혹시나 교회 돈으로 대학을 보내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참 많이 속이 상했다. 자녀들이 대학 가는 데 기도로나마 도와주기는커녕 그런 의심을 하는 교인들이 야속했다.
 
원 권사가 몸담고 있는 덕촌교회는 아직도 미자립교회여서 목사님의 차를 바꿀 여력이 없다. 그러나 담임목사님 차가 너무 낡아서 중고차를 겨우 장만했고 지금은 할부금이 남아있다. 원 권사의 정기적인 소득은 노령 연금 9만원과 국민 연금 9만원이 전부다. 매월 생기는 돈은 18만원인데 그 돈 전액을 목사님 차의 할부금으로 헌금하고 있다. 교인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원 권사는 지금도 자녀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노구를 이끌고 농사를 지어 용돈을 마련한다. 만 원 한 장 벌기 어려운 노인이 자신의 재산 전부를 헌금하고 있는 셈이다.
 
원 권사의 남은 소망은 허름한 자신의 집을 고치는 것이 아니다. 교회가 낡아서 비가 새지만 재정이 없어 재건축의 꿈을 꾸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꼭 이루고 싶은 기도제목이 하나님 곁으로 가기 전에 다시 교회를 짓는 것이다.
 
79세의 고령에도 농사를 하는 원 권사는 아직도 매해 성경을 3독씩 한다. 어떤 신앙인보다 많은 고난을 겪으며 살아온 원 권사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은 "주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행 16:31)이다.
 
매일 새벽종을 치고 주일 성수를 하면서 홀로 오남매를 키운 원용연권사. 하나님은 그 모든 것을 아시고 자녀들을 축복하여 원 권사의 아픔과 눈물을 씻어 주셨다. 자녀들 중 둘째 아들은 분당 드림교회 담임목사인 강기호목사다. 막내아들은 작가가 되고 딸은 권사가 되었으며 큰아들은 효자다. 성경의 여인들이 그랬듯이 어머니의 기도가 하나님의 귀에 곱게 곱게 울린 것일 테다.

강영길/온누리교회, 소설가, 내인생쓰기 학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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