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종점(peak-end)'효과

[ 데스크창 ] 최신효과(Recency Effect)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2년 12월 11일(화) 15:51
[데스크창]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사람들 중에 경제학자가 아닌 사람이 딱 두 명 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입니다. 대니얼 카너먼은 심리학자로서, 프린스턴대학교 명예교수입니다. 그는 심리경제학 혹은 행동경제학이라고 불리우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지나치게 논리적으로만 전개돼 오던 경제학에 심리적 요인을 반영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 그의 노벨상 수상 이유입니다.

카너먼은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이성적인 판단과 동시에 '두려움 등 감정이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착안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나에게 돈을 벌 확률이 51%, 잃을 확률이 49%인 사업을 제안한다고 가정해 봅니다. 인간이 이성적으로만 판단한다면 돈을 벌 확률이 잃을 확률보다 1%라도 높으니 사업 제안에 응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벌어들일 확률이나 잃어버릴 확률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선뜻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카너먼은 이러한 현상을 인간 심리의 '손실 회피 성향'으로 설명합니다. 손실로 인한 심리적 고통이 이득에 의한 심리적 효용보다 매우 크기 때문에, 돈을 벌 확률이 특별히 높지 않는 한 이익을 포기하고서라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죠.

또 다른 실험, 한 직장에서 급여를 처음에 10% 올렸다가 다시 5%를 낮추어 버리자 집단반발감이 커졌습니다. 사실상 기존보다 5%를 올린 결과인데도 왜 반발감이 컸던 것일까요? 조직원들은 10% 인상액을 이미 자기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죠. 급여 인상액이 확정되기 전에 이미 소문만 나와도 이런 심리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지난 2010년 카너먼은 TED 강연 '경험과 기억, 그 수수께끼 같은 관계(The riddle of experience vs. memory)'에서 '정점-종점(peak-end)' 효과를 설명했습니다. 내시경 검사를 예로 들었는데 실제 검사 시간은 고작 몇 분이지만 내시경이 직장에 삽입돼 내장을 위아래로 움직일 때 무척 고통스럽습니다. 카너먼은 6백82명의환자에게 정상적인 내시경 검사와 1분을 연장한 검사 중 한가지를 선택하게 했습니다. 이 실험을 위해 사실 마지막 1분 동안에는 내시경이 작동하지 않게끔 했으나 피험자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습니다. 피험자로서는 다른 사람보다 더 긴 시간동안 고통을 받는 것을 각오했지만 마지막 1분 동안은 내시경이 작동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편안함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다시 검사받기를 희망하는 설문조사 결과 1분을 추가로 검사받은 사람들이 일반 검사를 받은 사람들보다 더 많았는데 바로 이 마지막 경험 때문이라는 것이 카너먼의 설명입니다.

심리학 용어로 이를 '최신효과(Recency Effect)'라고 합니다. 사람은 가장 최신에 입력한 정보를 더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처음에 좋은 것보다 나중에 좋아진 것을 더 인식합니다. 처음에 잘해주고 나중에 못해주면 사람들은 "저 사람, 왜 저래? 변질됐어"라고 말합니다. 총회 창립 1백주년을 보내는 요즈음, 한국교회가 사회의 손가락질 받는 것을 보면서 초기 한국교회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넘어 그 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만 한국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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