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류를 타라

[ 젊은이를 위한 팡세 ] 기류를 타라

권용근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2월 10일(월) 15:16

[젊은이를 위한 팡세]

 "인생에는 늘 바람이 있으나
나아가는데 유익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탓으로 전기가 없는 마을에서 자랐다. 동리가 여기 저기 떨어져 있어 밤늦게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려면 캄캄한 밤길을 가야만 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산길을 가야하고 묘지 옆을 지나가야 할 때도 있었다. 그 길에는 짐승이 나온다는 소문도 있었고 귀신도 있다고 했다. 함께 가는 사람이 있으면 괜찮지만 혼자가야 할 경우는 두려워서 주저주저한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왜냐하면 앞이 안 보이는 어두움 자체가 두려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호흡을 몇 번 하고 걸어가다 보면 동공이 어두움에 적응되어 길이 보이기 시작하고 염려했던 귀신이나 짐승도 나온 적은 거의 없었다.
 
어른이 된 후 무슨 일을 새롭게 시작하거나 안 해 본 일을 할 때에도 어릴 적 밤길에서의 느낌을 받을 때가 여러 차례 있었다. 왜냐하면 새롭게 시작해야 할 일을 전혀 알지 못하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상이 안 되기 때문이다. 성공 할 수도 있지만 실패할 확률도 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럴 땐 하나님께 기도 한번 세게 하고 일을 시작하여 가다보면 일의 내용들이 보이고 돕는 손길이 나타나 일이 가능하게 되었다. 어떤 때는 내가 그 일을 위해 크게 한 일도 없는데 자연스럽게 된 적도 있었다. 다만 나는 시작만 했을 뿐인데 일이 되어 감을 보고 크게 놀란 적도 있다.
 
그러나 늘 아무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상치 않은 어려움이 생겨서 힘든 일도 있었다. 모든 것을 계획해 두었는데 건강이 무너진 적도 있고 깊이 믿었던 사람이 배신하여 인생의 쓰디쓴 아픔을 경험한 적도 있다. 예상치 않은 어려움과 바람은 앞으로 나아가고 높이 올라 갈수록 더 생기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일자체가 바람을 안고 시작 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호흡 조절하고 기도하고 나아가다 보면 바람이 잦아지거나 바람에 적응이 되곤 하여 나중에는 바람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때로는 오히려 그 바람이 도움이 되어 일이 더 쉽게 이루어 진적도 있다.
 
인생을 사는데 있어서도 바람은 늘 일어나게 되어 있다.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바람은 더 세차게 불게 되어있다. 산 밑에 있으면 바람이 없지만 산 위로 올라 갈수록 바람이 불게 되어 있다. 높이 나르는 철새들은 매우 심한 바람을 맞아야 한다. 철새들이 이동하는데 가장 방해되는 세력이 기류이다. 그러나 기류를 타고 철새는 날아간다. 배가 항해하는데 속도를 저지하는 것이 물의 저항이지만 물 때문에 앞으로 항해 할 수 있는 것이다. 바람과 물의 저항이 귀찮아 보이지만 물과 바람을 역이용해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참새는 기류와 큰 상관없이 자기 날개로 파닥거리며 날지만 높이 올라갈 수 없고 기류를 타는 독수리는 날개를 크게 움직이지 않고도 높이 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바람이 없길 바라지만 늘 바람은 있다. 연 날리는 사람이 바람이 없으면 연을 날리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러나 바람이 살살 불어 주면 연날리기에 더 없이 좋은 날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므로 바람이 살랑살랑 불 때 연을 들고 나아가자. 불어오는 바람은 산들바람으로 시작하여 태풍이 몰려 올 수도 있다. 기류는 무서워 할 것이 아니라 기류를 타는 법을 알아야 고공비행을 할 수 있다. 태풍이 불어 더 나아 갈 수 없거든 나무에 잠시 앉아 있을지언정 바람을 무서워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 인생에는 늘 바람이 있고 그 바람도 우리가 나아가는데 유익함으로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큰 물결 일어나 나 쉬지 못하나 이 풍랑으로 인하여 더 빨리 갑니다.(찬송가 373장)

권용근(영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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