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학연구소로 이어진 영암교회 성경공부

[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 영암교회 성경공부의 열매

이연옥명예회장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2월 10일(월) 10:04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임옥목사님과 나는 1973년 베델성서연구과정을 수강하여 2년 과정을 제1기로 수료했다. 그리고 나서 1975년 목사님이 베델성서연구를 영암교회에 도입해 가르치기 시작했다. 역시 2년 과정이었다. 베델성서연구는 구약 20과, 신약 20과, 도합 40과로 구성되었다. 교재는 신구약 성경 66권의 통일성이 무엇이며, 성경을 관통하는 중심 주제인 구속사를 중심으로 성경 전체의 맥락을 꿰뚫어 설명했고 그림 자료까지 넣었다. 성경공부의 내용 또한 어렵지 않고 간결해서 평신도에게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었다.
 
이제까지의 성경공부는 대체로 주입식으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요절 암송을 강조했는데 그것은 자칫 성경공부를 지루하게 만들고 성경본문의 핵심 알맹이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베델성서연구는 이해중심의 성경공부이다. 가르치는 교사는 교재만을 의지하지 않고 그 교재를 중심으로 성경을 더 깊이 연구하여 많은 것으로 보충할 수가 있다. 그래서 임 목사님은 이 성경공부를 시작할 때마다 2년 만에 수료할 수가 없었다. 워낙 진지하게 많은 것을 가르치려 하다 보니 예정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 향후 20여 년 동안 임 목사님이 은퇴할 때까지 베델성서연구과정 6기의 졸업생을 냈다. 20년 세월이면 10기 졸업생을 배출시켜야 했던 것이다. 어쩌다가 임 목사님이 주중에 출타하셔서 베델성서반을 결강하실 경우가 생기면 내가 그 반에 들어가서 성경공부를 인도했다. 어찌 생각해 보면 마치 자동차의 보조바퀴처럼 말이다.
 
성경공부가 임 목사님의 교역에 잘 정착되자 매주 금요일에 모이는 구역모임도 보다 더 안정되고 활성화되었다. 이전에는 구역장을 맡은 교인들(권사)이 신앙의 기초가 약하고 성경지식도 부족해 구역모임에서 구역식구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는 시간이 되면 자기 간증으로 일관하다시피 했다. 그런데 이제는 주일 성경공부반과 주중 베델성서연구반에서 훈련받은 분들이 구역장을 맡아 성경을 알아듣기 쉽게 가르쳤고 그 내용을 분명하고도 재미있게 잘 전달했다. 그렇게 되니 소그룹의 구역모임이 활성화되었고, 교인들이 정기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으로 양육되면서 교회가 내실있게 건강히 자라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여러 목회자들이 소그룹 중심의 셀목회를 교회에 도입하고 있는데, 내가 보기에 한국교회에서는 이미 구역모임이 소그룹 모임을 대처할 수 있는 전통으로 정착되었다. 그러므로 구역모임을 시대의 요청에 따라 개혁하면 굳이 셀목회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어떤 목회자는 교회개혁을 위해 셀목회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미국교회의 목회방식을 무리하게 수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교회에서는 한국적 목회전통인 구역모임을 오늘의 상황에 맞게 개혁하는 것이 낫다. 전통의 뿌리를 뽑아내는 개혁이 아니라, 전통을 잘 살리고 계승하는 개혁이어야 할 것이다.
 
영암교회의 성경공부에 좋은 결실이 맺히자, 우리 부부는 이제부터는 한국교회 전체를 위해 봉사하고자 1991년에 '성서학연구소'를 창립했다. 지금도 이 연구소는 잘 운영되고 있다. 그 해에 임 목사님이 영암교회와 목회 일선에서 은퇴하셨는데, 그때까지 20년 이상 내가 영암교회에서 성경공부를 인도했건만 나에게는 이런저런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그러다가 은퇴식 자리에서 비로소 "집사람이 장년부 교육을 담당해 주어서 나의 목회에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라고 회고하셨다. 이것은 임 목사님이 내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칭찬하신 말씀이었다.
 
그런데 나는 아직 아쉬운 점이 남아 있다. 내가 성경공부에 전력을 쏟아 부은 바람에 목사 사모로서 마땅히 돌봐야 할 교인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햇다는 아쉬움이다. 성경공부를 준비하면서 혹시 가르치는 일에 실수하거나 잘못을 일으킬까 봐 늘 조심해서 준비하느라 어려운 처지에 있는 교회 식구들의 손 한 번 제대로 잡아주는 여유조차 내지 못했다. 그저 그들의 손을 꼭 쥐고 "살기가 얼마나 힘드우?"라는 따뜻한 인정을 나눌 수 있는 여유도 없지 세월이 지나가 버린 것이다. 환란과 어려움을 겪는 교인들을 찾아가서 격려하는 일을 어느 때나 소홀히 여긴 것은 아닌데도 그 일을 잘 해내지 못했다. 교인들과, 특히 소외된 교회 식구들과 다정한 정을 나누는 교제가 부족했던 점이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이연옥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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