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의 기쁨

[ 예화사전 ] 섬김의 기쁨

이성희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2월 07일(금) 16:08

[예화사전]

어느 장로님은 한국에서 교회를 잘 섬기시고 은퇴하신 후에 미국에 이주하셨다. 로스앤젤레스의 영락교회에 출석하셨는데 늘 긍정적이고 성격이 쾌활하여 미국에서 이주민의 삶을 사는데도 별로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미국에 조금 살아본 경험으로는 미국의 삶을 즐기기 위해서는 두 가지 꼭 필요한 것이 있다.

하나는 영어를 좀 할 수 있어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러면 즐거움이 배나 더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운전을 할 수 있어야 자신이 원하는 곳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그런데 장로님은 이미 연세가 드신 후에 미국에 이주하셔서 이 두 가지가 다 충족되지 않는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로님은 예외였다. 아무데서나 영어 대신 한국말로 하시는데 한 번은 나에게 "나는 아무데서나 한국말로 하는데 나는 괜찮은데 자기들이 답답해 하데" 하시면서 소통에도 문제가 없다고 하셨다.

장로님은 목사님께 병원 환자 심방을 할테니 명단을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나 목사님은 운전도 영어도 못하시고 연로하신 장로님께 선뜻 명단을 주실 리가 없었다. 명단을 달라고 졸라대는 장로님께 명단을 주었다. 장로님은 한 주 내내 열심히 심방하여 환자심방 보고서를 드렸다. 이에 놀란 목사님은 그 후에는 아예 병원 심방을 장로님께 맡겼다.

장로님은 나를 만나 당신의 심방비결을 말해 주었다. 아침에 나가면서 버스노선도를 펴놓고 내릴 정류장 이름을 종이에 적어서 버스에 오르면서 버스 기사에게 "나 여기서 내린다"라고 한국말로 하면 기사는 "오케이" 한단다. 내릴 때가 되면 손짓을 하게 되고 내리면서 "땡큐"만 하고 내린다.

점심때가 되면 치킨 가게에 가서 치킨 두 토막과 콜라 한 잔을 주문한다. 그런데 치킨도 영어를 좀 해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맛있는 것을 골라 먹을 수 있는데 장로님은 그런 것은 다 필요 없다고 하였다. 다리를 치면서 손가락으로 둘을 가리키면 닭다리 두 개를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장로님의 큰 아들이 의사인데 다리 대신 닭가슴을 먹는 게 제일 좋다고 아버지께 조언하였다. 장로님은 "그렇게 하지" 하시더니 다음에는 치킨 가게에 가서 가슴살 두 개를 달라고 가슴을 치며 손가락으로 두 개를 폈다. "오케이" 하더니 점원은 우유를 두 병 가지고 나오더란다. 장로님은 "내가 가슴을 치니까 젖 달라는 줄로 알고 우유를 두 병 가지고 오잖아" 하시면서 박장대소하였다.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약한 자를 섬기며 자신의 일을 잘 돌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일을 돌보아 줘야한다. 섬기려는 마음이 있는 곳에 섬길 수 있는 길도 있다.


이성희목사 / 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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