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어찌개 맛나는 찬양

[ 문화 ] 시-섞어찌개 맛나는 찬양

박은혜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2월 03일(월) 11:20

[동인시단]

별이 보일 듯 높다란 천장에 조명등이 켜지면
오선지에 다듬지 않은 어설픈 음표처럼
모나고, 각진, 둥글, 넙적한 얼굴들이
성가대에 보인다

채소 트럭을 모는 지휘자가
지휘봉으로 허공을 툭 찍어
숨 막힌 정적을 터뜨린다. 피아노 선율이
안개비로 잔잔하다
소낙비가 퍼붓듯이
성도들 가슴에 쏟아지면
거친 바람이 지나 온 길을 펼쳐낸다

시온 성가대는 우물보다 깊은
밑바닥에서 찬양을 퍼 올리고
찬양이 무르익을수록 삶의 찌꺼기가 올라오며
생선 가게 박씨 잠바에서 나는 비린내
미용실 원장 손에서 나는 파마 약 냄새가
버무려지고, 섞어진다

생 똥을 쏟아내던 통증이
부글부글 내장을 끓게 하던
잡다한 일상들이
교회 안에 우르르 끓어 넘치고
찬양에 섞어찌개 맛이 난다

질척한 삶의 바닥끝에서 퍼 올린 기도다
섞어찌개 맛나는 찬양이
천장을 뚫고 나와 별빛을 스치고
천상에 올라가 하나님 가슴을 적신다

박은혜 / 제자교회 목사 부인ㆍ기독신춘문예 제9회 시 가작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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