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세요"

[ 논설위원 칼럼 ] 서둘러 사랑하자

임화식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1월 30일(금) 10:03

[논설위원 칼럼]

야간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가르치시는 교수님이 한번은 대학원생들에게 이런 까다로운 숙제를 내주었다. 그것은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동안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거나 한 번도 사랑한다고 이야기하지 못한 사람에게 찾아가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그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하여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숙제를 내주고 일주일이 지난 다음 그 교수님의 시간이 다시 돌아왔다. 교수님이 대학원생들에게 혹시 보고서 내용을 발표할 사람이 있으면 나와서 발표해 보라고 하자 30이 약간 넘어 보이는 학생이 기다렸다는 듯이 번쩍 손을 들었다. 그 학생의 표정은 아주 상기되어 있었고 뭔가 범상치 않은 일을 체험하고 돌아온 사람처럼 여겨졌다.

그가 들려준 경험담은 이런 것이었다.

"저는 지난 주에 교수님이 이 숙제를 내주셨을 때, 솔직히 처음엔 좀 우습게 생각했습니다. 대학원생들에게 뭐 이런 시시한 숙제를 다 내주나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런 말을 해야 할 대상도 없다고 생각했고, 또 남자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남자답지 못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수업을 마치고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도중에 제 양심이 자꾸만 제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넌 그 숙제를 꼭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사실 저는 7년 전에 아버지와 어떤 문제로 심하게 다투었으며 그 이후로 아버지에 대한 내 감정을 잊고 살아왔거든요. 그런데 '사랑한다'는 말을 아버지께 해야 한다는 양심의 소리에 드디어 제가 굴복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 저는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나 사무실에 출근을 하였고 하루 종일 신이 나서 일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드디어 사무실에서 전화기를 집어 들고 아버지께 전화로 말씀드렸습니다. 퇴근길에 찾아가 뵙고 싶다고요. 아버지께서는 왜 그러느냐고 퉁명스럽게 대꾸하셨지만 이미 저의 가슴은 벅차오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퇴근하자 곧 바로 아버지 집으로 가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때 마침 아버지가 현관문을 여시더군요. 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현관으로 들어가 아버지에게 힘주어 말했습니다. '아버지, 저는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여태껏 말하지 못했지만 전 누구보다도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그리고는 아버지를 나의 있는 힘을 다해 껴안았습니다. 그 순간 아버지가 멈칫하시는 듯 보이더니만 아버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면서 두 팔을 벌려 저를 껴안고 '나도 역시 너를 많이 사랑 한단다'라는 말씀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셨습니다. 전 너무 감동되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방문한 이틀 뒤 아버지께서는 심장마비로 쓰러지셨고 병원에 입원하신 후,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이번 일로 저는 너무도 중요한 사실을 하나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해야만 하는 일이 생각나면 그때 바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당장 해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만물의 마지막이 가까웠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정신을 차리고 근신하여 기도하라"는 말씀이 생각난다. 우리에게 참으로 도전이 되는 말씀이 아닐 수 없다. 기회란 무제약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라는 말씀이다.

어쩌면 오늘이 우리에게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 기회를 잘 선용하는 것이 지혜요, 믿음임을 알아야 한다. 기회는 항상 종말론적인 가치를 지닌다. 우리들의 모든 시간이 종말론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질 때에 우리는 행동하지 않을 수 없고, 순수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스위스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헨리 아밀이라는 사람이 이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삶은 참으로 짧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와 이 세상을 동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해주기에는 결코 시간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빨리 서둘러 사랑합시다. 속히 친절해지도록 합시다." 후회는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것입니다.


임화식목사 / 순천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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