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령되게 부르기

[ 문단열의 축복의 발견 ] 축복의발견

문단열교수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1월 16일(금) 15:36

[문단열의 축복의 발견]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 여호와는 그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는 자를 죄 없다 하지 아니하리라(출 20:7)
 
아등 심리학자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상처를 받는 경우는 부모가 화를 낼 때도 아니고 벌을 줄 때도 아닙니다. 그것은 부모가 '이중신호'를 보낼 때라고 합니다. 이중 신호란 '말의 내용'과 그 말의 '전달 방식'이 정반대일 경우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화가나 보이는 엄마에게 아기가 '엄마 화났어?'하고 물어 올 경우 엄마가 팔짱을 끼도 뒤돌아서 눈길도 주지 않으면서 화난 목소리로 '화 안났어!'하고 되받을 경우 아이들은 극도로 혼란스러워하며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접한 저는 괜한 장난기가 발동해서 한 번 우리집에 기르는 개에게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한 손에는 갈비조각을,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삽을 내리칠 기세로 들어 올리고 개에게 오라고 해 본 것입니다. 갈비를 쥔 손 쪽으로 냉큼 오고싶기는 한데 삽을 내리칠 기세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개의 눈에는 극도의 혼란스러움이 비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십계명의 첫번째 계명, '다른 신을 두지 말라'과 두번째 계명인 '우상을 만들지도, 섬기지도 말라'는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라 한꺼번에 다루었고, 오늘은 그 두 번째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른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어린 시절 이 구절에 대하여 어머니께 제가 들은 해설은 '하나님 맙소사'와 같은 말을 하지 말라 였습니다. 너무 가볍게 하나님을 언급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그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래서 평생 그런말을 입에 올리지도, 글로 쓰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구절의 의미를 그렇게만 보기에는 너무 간단해 보입니다. 사실 이런 기준이 사실이라면 저만해도 평생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컬은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지키기가 손쉬운 계명을 그렇게 준엄하게, 그렇게 옛날에 하나님이 주셨을까요. 
 
성경은 '하나님은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우리가 입에 올릴 때, 우리는 그 분의 '사랑'을 말하고 있어야 합니다. 사람은 사랑을 말할 때 인상을 쓰지도, 소리를 지르지도 않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요. 사춘기 시절에 학교에 찾아온 교생 실습 선생님에게 "첫사랑 얘기 해 주세요!"하고 때를 썼을 때 그 분들이 어떤 얼굴로 첫사랑 이야기를 꺼냈었던지. 아니, 그런 경험이 없다면 친구라도 붙잡고 요즘 만나는 그여자의 이름을 대 보라고 해 보십시요. 미숙이던 은숙이던 그 이름을 처음 꺼내는 그 친구의 표정이 어떤지. 발그레 상기된 얼굴에 만면에 피어나는 그 웃음은 얼마나 오뉴월의 꽃 같은지. 그렇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인상쓰며 말하지 않습니다. 냉냉하게 말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우리 주위는 하나님의 이름이 거명 될 때마다 소리를 지르고 인상을 쓰는 사람들을 발견합니다.
 
사랑이신 그 분의 이름은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와 표정으로 불리워져야 합니다. 제가 존경하는 목사님이 두 분이 있습니다. 한 분은 타계하신 온누리교회 하용조목사님이고 또 한 분은 할렐루야교회의 김상복목사님입니다. 두 분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나님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시다는 점입니다. 그 따뜻한 웃음 속에서 하나님을 향한 그분들의 진심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저도 사람들 앞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부를 때에 웃음짓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당신이 하나님 이야기를 하면서 소리를 지르면 사람들은 하나님이 소리를 지르는 분이라고 느낍니다. 당신이 하나님 이야기를 하면서 냉소적인 표정을 지으면 사람들은 하나님이 냉소적일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당신이 하나님 이야기를 화난 표정으로 하면 사람들은 하나님이 화만 낸다고 받아들일 것입니다. 오늘 불신자들의 하나님 인식이 이렇게 된 것은 모두 우리가 이렇게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불렀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성품에 걸맞는 미소로 그분의 이름을 부르십시요. 하나님의 인격에 걸맞는 따뜻한 손길로 사람들을 만지시길 기도합니다.

문단열 / 성신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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