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근의 중동이야기]

중동전쟁, 3차 중동전쟁, 6일전쟁

제3차 중동전쟁은 '6일전쟁'이라고도 부른다. 아마도 세계 전쟁사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전쟁일 것이다. 신생국 이스라엘이 전 아랍국가들을 상대로 단 6일만에 대승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1948년에 이스라엘이 건국될 당시만 해도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국가를 관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6일전쟁을 계기로 전 세계 유대인들이 6일전쟁을 제2의 출애굽사건으로 믿기 시작했다. 영화 영광의 탈출은 바로 6일전쟁을 다룬 영화로 전 세계에서 핍박받던 유대인들이 다시 옛 고토로 돌아온 모세의 출애굽에 비유한 것이다.

6일전쟁의 발단은 시리아가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집트를 선제공격했다. 이집트가 아랍국가의 맹주를 자처했기 때문이다. 6일전쟁 직전 시리아-이스라엘 간에는 골란고원을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다. 독립전쟁 당시 정전협정에서 비무장지대로 설정한 골란고원에서 이스라엘이 농작물을 재배한 것이 시리아를 자극했다. 이에 시리아와 요르단은 이집트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집트의 나세르는 이스라엘이 시리아를 건드리면 그냥두지 않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이스라엘은 선제공격을 선택했다. 1967년 6월 5일 새벽, 이스라엘 공군은 일제히 주변 아랍국들의 공군기지로 출격해 공격 3시간만에 아랍국들의 전투기 4백여 대를 폭파했다. 전쟁 발발 초반에 이스라엘은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이스라엘군은 시나이 반도를 지나 수에즈운하까지 진격했다. 이스라엘의 기습공격으로 이집트는 군장비가 거의 파괴되어 전쟁 시작 4일만에 UN의 휴전권고를 수락하고 말았다. 시나이반도 작전을 끝낸 이스라엘은 주력부대를 곧바로 시리아 골란고원으로 이동시켰다. 시리아는 UN의 정전권고를 즉시 받아들였다. 전쟁도 없이 땅만 빼앗기고 휴전한 셈이다. 요르단 역시 이스라엘에 제공권을 장악 당한 뒤 즉시 휴전권고를 받아들였다. 돌아 보면 6일전쟁은 요르단과는 단 3일전쟁, 이집트와는 4일전쟁, 시리아와는 5일전쟁으로 채 6일도 안되는 전쟁으로 대승을 거둔 셈이다.

6일전쟁으로 이스라엘은 이집트로부터 시나이반도와 가자지구까지 점령했으며, 시리아의 골란고원, 요르단의 동예루살렘을 비롯해서 요단강 서안을 점령해 이스라엘은 영토가 네배까지 확장되었다. 전쟁을 거듭할수록 더 많은 땅을 점령해 나간다는 이스라엘의 전쟁신화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전쟁은 6일만에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났지만 당시 점령한 땅들로 인해 이스라엘-아랍 간의 분쟁은 장기전으로 돌입했다. 초기만 해도 이스라엘 정부는 예루살렘을 제외하고 모든 점령지들을 아랍 당사국과 평화조약을 체결하면 반환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우파들은 요르단강 서안과 골란고원을 반납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하였다. 6일전쟁 직후 유대교 및 민족주의 단체들은 점령지역 내에 유대인들을 이주시켜 정착촌 건설을 주도했다.

아랍국가들의 전방위적인 대 이스라엘 정책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전쟁 직후인 1967년 8월 20일 수단의 하르툼에서 개최된 아랍정상회담에서 "이스라엘과는 협상하지 아니하고, 이스라엘을 인정하지도 않으며, 이스라엘과는 평화를 구하지도 않는다"는 소위 '삼부정책'을 결의했다. 단결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결의였다. 대표적인 예로 이스라엘에 입국했었다는 스탬프가 있기만해도 자국입국을 거절했다.

뿐만 아니라 대미국정책도 180도 선회했다. 전쟁의 패배로 힘을 잃은 이집트의 나세르는 친소정책으로 기울어졌다. 이스라엘측을 지원한 미국에 대한 반발이었다. 더욱이 중동의 진보적인 아랍국가들은 미국과의 단절을 선언했다. 6일전쟁 직후 출현한 것이 야세르 아라파트의 팔레스타인해방기구 PLO다. 1969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에 걸쳐 PLO의 무장대원들은 대이스라엘 게릴라 또는 이스라엘 공격을 시작했다. 6일전쟁은 결국 독립을 꿈꾸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에 피의 보복의 역사가 이어지는 단초를 제공한 것이고 그 역사가 지금까지 지속되어 오고 있다.


이강근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