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야지

[ 예화사전 ] 내가 죽어야지

이성희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1월 09일(금) 10:54
[예화사전]

내가 6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 아버지는 우리 가족들을 남겨두시고 미국으로 유학의 길을 오르셨다. 그때는 우리 정부가 전쟁으로 부산에 있을 때였고, 전쟁으로 모두가 어렵고 가난할 때였다. 끼니 걱정을 해야 했고, 간식이란 꿈도 못 꿀 때였다. 보리쌀을 삶아 놓으면 한 움큼 입에 넣어 어물거리는 것이 간식의 전부였다. 어머니는 우리를 데리고 어떻게든 살 테니 아버지는 공부하고 오시라고 아무 대책 없이 아버지를 보내셨다.
 
한번은 어머니께서 내게 가게에 가서 뭘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키셨다. 나는 어머니가 주신 돈을 가지고 가게에 가서 심부름거리를 사고 나머지 돈으로 맛있는 사탕을 사 먹었다. 그리고 태연하게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잔돈을 드렸다. 어머니는 "왜 잔돈이 이것밖에 없노?" 하셨지만 나는 물건이 약간 올라서 잔돈이 이것이 전부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내 거짓말이 얼마나 서툴렀던지 이내 딱 걸리고 말았다.
 
내가 돈을 떼먹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아신 어머니는 얼마나 노하셨는지 집 안에 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어머니는 "아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든 내가 잘못했으니 내가 죽어야지" 하시면서 수건을 목에 감으시고 당신의 목을 조르기 시작하셨다. 두 살 위인 형은 "엄마, 내가 야단칠게 참으세요" 하면서 어머니를 말리고 나는 한쪽 구석에서 얼마나 겁에 질렸던지 울고 있었다. 순간 나는 큰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도 안 계시는데 어머니까지 돌아가시면 우리는 어떻게 살까 하는 걱정도 스쳐지나갔다. 만일 이 사실을 아버지가 아시면 얼마나 나를 혼내실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그래서 더 겁이 나서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목을 조르고 계셨고, 형은 어머니를 계속 말리고 있었고, 나는 겁에 질려 울고 있던 그 시간이 얼마나 길고 두려운 시간이었는지 모른다. 어머니는 나의 못된 습관을 고치기 위하여 그렇게 스스로 죽겠다고 겁을 주시고 지금까지 잊을 수 없는 부끄러움으로 남아 있게 하셨다. "내가 죽어야지" 하시던 어머니는 아직도 살아계시고 건강하시다.
 
그런데 우리 주님은 인류의 죄, 못된 습관을 고치기 위하여 이 땅에 오셔서 "내가 죽어야지" 하시더니 십자가에서 정말 죽으셨다. 인간에게 겁을 주기 위하여 죽는 척하신 것이 아니라 죽을 수 없는 하나님이 죽을 수 있는 사람으로 오셔서 정말 죽으신 것이다. 십자가는 돈을 떼먹은 정도의 죄가 아니라 하나님과 분리된 가장 악한 상태의 죄를 씻어 둘이 된 하나님과 인간의 사이를 하나 되게 하시려고 죽음으로 보이신 사랑의 표시이다.

이성희목사 / 연동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