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익한 종

[ 논설위원 칼럼 ] 무익한 종

이상섭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1월 09일(금) 09:39

[논설위원 칼럼]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쓰지 않으시고 겸손한 자를 쓰신다. 그러나 겸손해 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상황이 나아지고 지위가 높아지면 쉽게 교만한 자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누가복음(17:5-10)에 보면 무익한 종의 비유를 볼 수 있다. 어떤 종이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돌아와서 피곤해서 좀 쉬려고 하는데 주인이 밥상을 차려 달라고 한다. 힘들지만 그 일을 다 한 후에 그는 고백하기를 '나는 무익한 종'이라고 고백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예수님이 이 비유를 말씀하신 배경을 살펴보면 사람들에게 대접받고 존경받고 군림하기를 좋아하는 바리새인들을 염두에 두고 교훈을 하셨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제자들이 바리새인과 같은 종교 귀족주의에 점차로 물드는 것을 보시면서 끝까지 종의 자세로 겸손히 섬길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문제는 오늘날에도 신 바리새인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무익한 종이라고 인정하다가도 시간이 흐를수록 변질되어 주인 행세를 하려는 종들이 늘어간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한국교회는 다시 종교개혁으로 돌아가야 하겠다.

그러면 종교개혁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 핵심은 예수님이 교회의 주인이 되고, 한국교회가 무익한 종의 자세를 회복하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언제부터인가 열심히 일하고 양을 치고 집에 돌아와서 "이제 밥상을 내놔라"하며 권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큰 교회를 이루었으니 그에 대한 대가를 달라고 하기 시작했고 일부 목회자들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또한 목회 세습까지 버젓이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목회자뿐만 아니라 장로나, 권사 등 직분자들도 권리를 요구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만큼 헌금했으니, 이만큼 봉사했으니 그 권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마다 목회자와 제직 간에 갈등이 심화되고 급기야 교회 안에 분쟁과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우리는 단지 무익한 종일 뿐이다. 아무리 헌신과 봉사를 많이 했다 할지라도 나에게는 아무 권리가 없다. 모든 일을 계획하시고 성취하시는 분은 하나님 한 분 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은 자라나게 하셨으니 그런즉 심는 이나 물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니라 오직 하나님이 일하셨다(고전 3:6-17)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부디 이제는 착각에서 벗어나자. 우리는 하나님께서 주신 재능과 물질과 은사를 가지고 봉사하고 헌신해 오지 않았는가? 그런데 어떻게 내 공로를 주장하고 자랑하며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겠는가?

거듭 말하지만 우리는 단지 무익한 종일뿐이다. 여기서 무익한 종이란 말은 단순하게 쓸모없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라 스스로 공로가 없다는 뜻이고 마땅히 호의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겸손의 표현이다. 오늘도 하나님은 무익한 종이라고 고백하는 자를 찾고 계신다. 그러기에 언제나 나는 무익한 종이란 자세를 유지하면서 일생동안 섬김의 삶을 살 수는 없을까?

"오! 주여 내 자신부터 무익한 종이 되게 하소서"라고 기도할 뿐이다.


이상섭목사 / 광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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