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 식량위기 온다

[ 연재 ] 전세계 식량위기 온다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2년 11월 07일(수) 11:49

[나눔과 섬김]

전세계적 식량생산 감소, 식량대란 올 가능성 높아
가뭄과 국제투기자본 유입으로 곡물가격 치솟아 대책 시급

본교단 농목으로 오랜기간 농사를 지어오다가 올해 초부터 양계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인수목사(베다니교회). 처음 해보는 양계사업이라 좌충우돌 시행착오도 많지만 믿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계란을 공급하겠다는 결심으로 매일 5백 마리의 닭과 병아리 2백50마리와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이 목사는 양계사업을 시작한 첫해부터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했다. 다 키운 닭 값은 오르지 않는데 1만3천~1만4천원하는 닭사료가 올해에만 2천원이 오를 정도로 곡물사료의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것. 비록 이 목사의 양계장은 사료에 크게 의지하지는 않아 타격이 크지는 않은 편이지만 사료에 의존해 키우는 농가들은 시름이 깊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목사는 "사료 값이 너무 빨리 빨리 올라 많은 농가들이 당황하고 있다"며 "특히 곡물사료를 많이 먹는 소를 키우는 농가들은 그야말로 사료 값도 안나오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 이상기온으로 인한 전세계적 가뭄

전세계적으로 가뭄과 고온 등 이상기후로 곡물 생산량이 줄면서 식품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전세계적인 가뭄의 주원인인 엘니뇨현상이 자주 발생해 미국과 러시아 남미 등 주요 곡물생산지역에서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식품 가격의 폭등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

엘니뇨현상이란 페루와 칠레 연안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해수 온난화 현상으로, 수년마다 주기적으로 수온이 평소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무역풍이 약해져 대기흐름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게 되어 이상기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엘니뇨현상은 지난 83년, 86년, 97년, 98년, 2002년에 발생해 농산물 작황을 떨어뜨려 곡물값 인상을 부추겨왔는데 한동안 잠잠했던 엘니뇨가 2008년부터 다시 시작되어 최근까지 곡물가격의 폭등을 이끌고 있다.

2008년에는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전세계적 가뭄에다가 투기자본의 가격 부추김 등으로 인해 곡물가격이 역대 최고로 치솟은 바 있다.

또한, 2010년 7월에는 러시아 가뭄으로 인해 밀가격 폭등, 8월 파키스탄 대홍수로 인한 쌀가격 급등, 11월 라니냐의 영향으로 가뭄과 고온 지속으로 인한 아르헨티나의 옥수수와 대두 작황 흉작 등으로 곡물가격이 폭등한 바 있다.

올해에도 2008년과 2010년의 가격 최고점을 향해 곡물가격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남미의 가뭄으로 대두 생산량이 감소, 콩 가격이 상승한 것을 시작으로, 여름에는 중국에 가뭄이 들어 옥수수 가격이 뛰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6월부터는 미국 중서부에 최악의 가뭄이 닥쳐 옥수수, 대두 수확량이 감소해 곡물가격이 더욱 급등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와 헝가리, 루마니아, 이탈리아 등에서도 폭염과 가뭄이 발생해 밀 수확량이 줄어들어 곡물가격의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 투기자본 세력 곡물가 상승 부추겨

이상 기온으로 인한 가뭄 이외에도 곡물가격의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은 또 있다. 바로 투기세력들이다. 작황에 문제가 생겨 곡물가격이 뛸 것 같으면 투기세력들은 더욱 달라붙는다. 더군다나 전세계에는 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유동성 과잉 상태에 빠져있어 이익이 날 것으로 보이는 곳에 투기세력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이렇게 천정부지로 솟아오른 곡물가격은 오를 때는 빠른 속도로 올라가지만 위험요소가 어느 정도 사라져 떨어질 시점에는 천천히 조금씩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2008년 전세계 곡물가가 최고로 치솟은 이후 곡물가격은 오르락 내리락 했지만 최저점이 1996년의 최고점 수준으로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이외에도 곡물가격이 오르는 이유로는 △곡물 소비 세계 1, 2위 인구대국의 소득수준 향상 △경작면적 축소 △농업투자 감소 △바이오연료 사용 확대 등이 있다.

# 극심한 식량난 예측

전세계적으로 가뭄이 계속되고, 곡물 소비량은 늘어나면서 미국, 우크라이나 등의 곡물 비축량이 급감하고 있는 점은 앞으로 더욱 극심한 기아 위기가 닥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곡물 비축률(1년간 소비 곡물량 대비 비축 물량)은 13.7%로 1974년 이후 최저 수준. 이 수치는 50일 정도의 여유분밖에 없다는 뜻이다. 최근 세계가 소비하는 만큼의 곡물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한다면 제대로 감당할 수 없는 상태인 셈이다.

곡물가격의 상승은 전 세계적인 정치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9일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한 '2012 세계 식량불안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8억7천만명이라고 추산했다. 특히 25개국에서는 밀과 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이 폭동을 야기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분석해 식량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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