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임옥목사와의 결혼 회고

[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 임옥목사와의 결혼 회고

이연옥명예회장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1월 06일(화) 11:43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한번은 임 목사님의 잠깐 한국에 다니러 나오신 적이 있었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임 목사님과 내가 꼭 만나도록 해야 한다고 결심한 동생 내외와 권사님이 만날 시간과 장소를 잡아 놓았다. 내가 낮에는 학교에서 근무해야 하므로 퇴근 이후의 저녁 시간으로 잡았다. 중매 서는 권사님 내외가 임 목사님을 모시고 약속 장소로 나왔고 내 동생 내외가 나를 대동하여 그 장소로 나갔다. 이렇게 해서 임옥 목사와 나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임 목사님을 처음 만나는 순간 소문을 듣던 대로 '인자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첫 상견례 자리에서 덕담이 오가던 중 임 목사님이 정신여고 교목실장이셨던 김성권목사님과 아주 가까운 친구라고 밝히셨다. 테니스와 농구를 즐기던 몇몇 친구들이 정신여고에서 자주 함께 운동했다는 것이다. 그때가 1950년대 후반이었다는데 내가 이 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일하던 때였다. 그 시절에 나는 임 목사님을 통해서 내가 새로 부임한 성경선생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교정에서 몇 번 스쳐 지나친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몇 번이나 마주쳤다는데 나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었다. 그런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나는 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목사님이 설교를 잘하신다니 조금 안심이 된다"는 소박한 생각이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가 하면 일반적으로 목사 부인은 남편 목사의 설교를 일평생 들어야 하는데 만일 남편의 설교가 형편없다면 날이면 날마다 그 설교를 듣느라 얼마나 지겹고 괴롭겠는가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영락교회에서 한경직목사님의 은혜가 넘치는 설교를 듣던 내가 어느 목사와 결혼하게 되면 이 교회를 떠나야 한다는 약간의 불안감도 있었다. 하여튼 임 목사님의 첫 인상이 과묵하고 인자한 모습이어서 좋은 느낌을 가졌고 또 임 목사님이 설교를 잘 하신다니 목사와 결혼하지 않겠다는 굳은 생각이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임옥 목사님은 교역하시는 시카고의 한인교회에서 한 달 동안 휴가를 받아 한국으로 나왔다. 그 기간에 우리는 자주 만났다. 만남이 잦아지면서 서로의 교제와 사귐이 쌓여 갔다. 내가 정신여자중학교의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때였으므로 우리는 퇴근 시간 이후에 만났다. 이때 정신여자고등학교 교장이 박희경선생님이셨는데 이분이 내가 임 목사님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서 매우 반기셨다. 박 교장 선생님의 말씀인 즉, 6ㆍ25 전쟁 기간에 박 교장님이 제주도로 피난을 가셨는데 임 목사님도 역시 전쟁 통에 피난을 왔고 그래서 우연히 만난 두 분이 아주 가깝게 지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임 목사님에 대해 많은 칭찬의 말씀을 하셨다. 이렇게 임 목사님을 아는 이들은 하나같이 그분에 대해 좋은 인상을 품고 계셨다. 그중에서도 내 동생 내외가 임 목사님에게 "홀딱 반해 버렸다." 특히 동생의 남편(홍우준장로)이 임 목사님을 몇 번 만나 뵙는 동안에 목사님의 인품에 감동을 받아 깊은 존경심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동생이 나를 더욱 바짝 조이면서 "언니, 이번에 결혼 안 하면 이제부터 나는 언니와 상종도 안한다"고 윽박지르기 까지 했다.

결국 나와 임 목사님은 결혼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이제 우리는 결혼식 날짜와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의논해야 했다. 아무래도 내가 학교의 행정 책임자였으므로 학기 중 바쁜 기간을 피해 학사 일정이 한가한 때를 선책하고 싶었다. 임 목사님께 의논 드렸더니 방학 때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우리는 7월이나 8월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도 역시 동생 내외가 난리법석이었다. "아니, 마음에 결정을 지었으면 그 마음 변하기 전에 빨리 결혼식을 올리지 무슨 7월, 8월이에요?"하며 성화였다. 임 목사님께도 동생이 연락해서 언니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어서 결혼식을 올리시라고 극성을 떨었다. 동생 내외가 이렇게 우리의 등을 강하게 떠밀듯 채근하는 바람에 우리는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이연옥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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