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기독 지성들을 가르치는 행복(下)

[ 최종률장로의 빈방있습니까? ] 젊은 기독 지성과의 추억

최종률장로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1월 05일(월) 13:56

[최종률 장로의 빈방 이야기]

한동대에서 강의하는 매주 화요일은 필자에게는 역설적이게도 마치 휴가처럼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날이다. 왕복 9시간이나 걸리는 원거리 여행에다 강의와 실습을 병행하다보면 육신적으로는 힘이 들지만, 열정과 가능성을 가진 청춘들과 문화선교의 비전을 공유하는 가운데 가르치고 대화하고 함께 기도하며 공연을 준비해가는 과정은 정신적으로 새 힘을 공급해준다. 학생들의 역량이 한 단계씩 높아지는 것을 체감하는 즐거움은 가르치는 자에게 주어지는 반대급부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예배하는 주일과 동격은 아니어도 강의하는 화요일은 세상 잡다한 일을 잠시 내려놓고 쉼을 얻는 재충전의 시간이다.

처음 강의 내려갈 때 정보를 몰라서 엄청난 교통비를 지불해야 했던 시행착오 덕에 그 후로는 가장 경제적이고도 편리한 버스여행을 즐기고 있다. 길도 잘 뚫리고 승객도 많지 않은 동서울-경주-포항노선 고속형 버스는 넓은 좌석공간이 확보되어 있어서 좌석 등받이를 뒤로 젖히면 거의 침대차 수준이 되어 언제나 안락하다. 전 날의 일이 많아 피곤하면 자면서 가거나 보통은 차창 밖 풍경을 즐기다 보니 이제는 서울에서 포항까지의 고속도로 좌우 풍경을 거의 외우게 되었다. 버스여행의 또 한가지 즐거움은 중간 휴게소에서 급히 먹는 우동 한 그릇이 아닐까. 가끔은 TV에서 봤다고 반갑게 인사를 청해오는 사람들도 있다.

어쩌다가 화요일에 촬영이나 공연 일정이 겹치는 경우에는 학생들과 다른 날을 약속하여 야간에 보강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오히려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서 포항시내와 인근 지역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포항은 먼저 포항제철이 떠오를 정도로 공업도시의 인상이 강하지만 사실은 동해안의 아름다운 풍광을 지니고 있는 적당한 크기의 항구도시다. 게다가 형산강과 그 주변의 너른 들, 우리나라 지도의 꼬리부분에 해당하는 호미곶, 과메기로 유명한 어항 구룡포, 대게의 고장 영덕, 그리고 대공업도시 울산과 천년의 고도 경주를 가까이 두고 있으니 그곳들을 순례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러니 화요일만 되면 잔뜩 기대감을 가지고 버스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글을 쓰다 보니 포항시와 한동대학교의 홍보대사가 된 듯한 느낌이 든다. 그 모든 역경과 환경, 가르치는 일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다! 강의 얘기로 돌아가자. 비록 일주일에 하루 내려가서 가르치고 올라오지만 학생들의 자율적인 학습이 뒤를 잇고 있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수업의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말하자면 필자가 강의와 실습 지도를 하고 올라오면 수강생들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밤 연습실에 모여 학생 연출자의 지휘 아래 연습을 하고, 다음 주 필자가 다시 내려가서 완성도를 높여가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런 수업 형식의 장점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무대예술 작업에 대한 능동적인 태도를 길러주며, 공동체 안에서 개인의 책임감과 협동심 그리고 연대의식을 높임으로써 스스로 사회성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학습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졸업 후 극단이나 기획사에 들어가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단 언론문화정보학부 뿐만 아니라 한동의 모든 학부가 프로젝트 중심의 실기교육과 팀워크를 강조한다. 거기다 영어구사 능력과 기독교인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예의범절 등의 장점 때문에 유수의 기업들로부터 한동대 출신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팀플레이와 현장실무에 능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한동대에 관한 글을 마무리하면서 한 분을 꼭 소개하고 싶다. 김영길 총장님이다. 개교 전부터 학교 설립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며 국내외를 동분서주, 후원자들을 모으셨던 일은 물론, 어린아이 같은 미소로 학생들을 살갑게 대하시는 소탈한 성품을 필자는 잘 알고 있다. 특히 공연장 무대에 올라와서, "I am very proud of you!"를 외치며 학생들을 격려하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한때 악의에 찬 거짓증언들로 인해 억울하게 옥고를 치르기도 하셨지만 교육자로서 그 분이 보여주신 온유와 겸손의 리더십은 많은 이들이 인정하고 있다. 고난을 당하던 당시 학생들이 내건 대형 현수막을 기억한다. "총장님, 힘내세요! 우리는 총장님을 사랑합니다." 훌륭한 지도자 밑에서 학교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성과 영성과 인격을 겸비한 존경스러운 분을 가까이서 뵙고 대화할 수 있었던 것은 필자에게 커다란 행운이었다. 곧 퇴임하신다니 무척이나 안타깝다. 퇴임 후에도 더욱 열정적으로 일하게 되시기를 기도한다.


최종률장로 / 연극연출가ㆍ배우ㆍ배우ㆍ한동대 겸임교수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