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현장을 통해 나를 철들게 하신 하나님

[ 기고 ] 태풍피해 현장을 다녀와서

장행남장로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0월 26일(금) 14:02

[독자투고]

2012년은 유난히도 태풍피해를 많이 입은 해로 기억될 것이다. TV에서 방영하는 태풍피해 농어민들의 통곡하는 절규의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들리는 것 같다.
 
우리 교회에서는 태풍피해를 입은 교회들을 위해 다소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헌금을 모았다. 막상 도와줄 교회를 정하고 나서 신안지역 피해가 심했다는 세 교회를 답사하게 되었다. 우리는 사전에 각 교회의 목사님께 전화도 드리지 않기로 했다. 피해를 입은 교회에 혹여라도 부담이나 폐를 조금도 끼치지 말자는 뜻이었다.
 
아침 6시 10분 첫배를 타로 가장 가까운 장산 오음교회(이정주목사 시무)를 먼저 방문하였다. 목사님께서는 깜짝 놀라시며 사전에 전화 연락도 없이 오셨다고 당황해 하셨다. 나도 남의 집을 방문할 때는 항상 사전에 전화를 드리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에서 숨기고 싶었다고 했다.
 
먼저 성전에 들려 기도를 하고 이곳저곳 살펴보며 피해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응급복구를 한 상태였지만 피해 당시의 처참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12시에는 목포에서 오는 배를 타고 다시 하태도를 향해 출발을 했다. 하태도에 도착하니 마침 기동교회 김문호목사님이 부두에 나오셨다. 오음교회 목사님이 전화를 해 놓으셨다. 목사님의 차를 타고 쉽게 기동교회를 방문했다. 그 교회도 태풍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곳저곳 지붕이 날아가고 비가 세서 천정에는 지도가 그려져 있었으나 그런 대로 응급복구를 마쳐놓은 상태였다.
 
오후에는 하의도로 이동을 해야 했다. 도선할 때는 나이 드신 할머님이 사공이었는데 너무도 작은 배라 두렵기도 했지만 마침 날씨가 좋아 파도는 잔잔했다. 목사님과 나는 하나님께 회개하고 타자며 농담까지 하며 배에 올라 할머니사공의 숙달된 인도로 하의도에 도착해서 하의중앙교회 이문평목사님의 차를 타고 교회로 안내되었다. 그런데 교회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딴 곳으로 온 줄로 알고 교회로 먼저 갑시다. 했더니 여기가 교회성전의 터라면서 이번 태풍으로 교회성전이 무너져 잔해를 모두 치우고 다시 건축하려한다는 공터 앞에 섰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말문이 막혀 하무말도 못하고 '오! 주여!'만 외쳤다.
 
하의중앙교회는 너무도 피해가 심해서 목포노회는 물론이고 중앙에까지 알렸다고 했다. 준비된 자료로 피해소식을 듣는데 정말로 있는 것 다 털어주고픈 심정이었다. 그러나 목사님의 얼굴에서는 좌절도 포기도 없이 오직 희망의 빛이 보였다.
 
어느 가게에 불이 나서 전소되었는데 그 다음날 거기에는 '가게는 불탔지만 나의 희망은 불타지 않았습니다. 곧 복구하여 그전보다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는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렇다. 우리는 '볼라벤'보다 더한 태풍이 온다 해도 절대로 좌절하거나 포기해서는 안된다. 하나님이 우리 아버지이시기 때문이며 절대로 그냥 버리지 않으실 것이기 때문이다.
 
태풍 현장을 둘러보며 이제까지 피상적으로 느끼고 생각됐던 사실들이 가슴으로 느껴지며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부두까지 나와서 손을 흔들어주는 목사님들의 눈빛이 지금도 어른거리며 꼭 사랑하는 가족을 그곳에 두고 떠나는 것처럼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었다.
 
'스크루'가 돌아가는 냉정한 굉음에 정신을 차리고 파도를 가르며 점점 멀어져가는 섬마을을 바라보면서 어려운 환경에서 젊음을 바쳐 헌신하고 봉사하며 영혼구원을 위해 힘쓰시는 목사님들을 통해서 나의 교만하고 어리석은 믿음과, 너무 편하게 신앙생활을 했다는 자책감에 사랑의 샘물을 퍼올리며 새롭게 깨어나는 기회로 만들고 싶었다.
 
하나님의 명령을 피해 도망하는 요나를 회개시킨 하나님의 섭리가 풍랑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씀을 상기하며 분명히 우리의 작은 정성이 '오병이어'의 기적을 발휘하여 재건되리라 믿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낮은 자세로 낙도교회를 위해 작은 정성이라도 헌신할 것을 다짐하며 돌아왔다.

장행남장로/목포양동제일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