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시대

[ 기자수첩 ] 문화의 시대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10월 22일(월) 14:32
[기자수첩]

2년 전 '땅 밟기 기도'를 위해 봉은사를 찾았던 청년들로 인해 비난의 여론이 들끓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얼마전 봉은사에서 또 한 번의 민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누군가 불교 콘텐츠로 보이는 CD 안에 교회 설교를 담아서 배포한 것. 이 정체불명의 CD 앞면에는 '부처님 계신 곳 좋은 만남'이라고 쓰여 있지만 틀어보면 한 교회의 전 담임목사의 설교가 나왔다고 한다. 봉은사측에서는 난색을 표했고 "경내 선교활동에 대해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일단락됐다.
 
누가 이런 황당한 일을 한 것일까. 2년 전처럼 지나친 선교 열심 때문인지, 정말 그 CD를 배포한 사람이 기독교인이었는지 확인된 바는 없다. 기독교인으로 추정할 뿐이다. 하지만 진위 여부를 떠나서 교회에게는 다시금 자기 성찰의 기회가 된다. 이웃종교에 대한 무례함이 도가 지나친 것은 아닌지, 정복주의적인 선교 방식으로는 복음 전파에 도리어 해가 될 수 있음을 되새겨야 한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선교를 위해서도 보다 감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사회와 동떨어진 산 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만큼 복음의 전달자로서 교회의 이미지 메이킹 또한 중요하다. 교회가 만들어내야 할 콘텐츠는 이렇게 사회로부터 공분을 살 만한 위장 CD가 분명 아닐 것이다.
 
지난 96회 총회에서 전국 노회에 '문화선교위원회'를 신설하는 안이 통과됐던 바 있다. 총회 문화법인에 의하면 현재 문화선교위원회, 문화선교특별위원회 내지는 문화선교 담당자 등 어떤 형태로든 문화선교에 비중을 두고 있는 노회가 20개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는 총회와 노회, 지교회가 앞장서 문화선교 전략 수립에 고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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