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초

[ 문화 ] 시-사랑초

이순주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0월 19일(금) 11:07

[동인시단]

사랑초 화분 하나 사왔다
햇살 자욱한 창가에
얼굴을 나와 마주보게 놓았다
몸을 틀기 시작했다
사랑초는 햇살 방향을 원했다
너를 바라보는 내 얼굴은 햇살이 아니냐고
화분을 돌려놓아도 보았지만
내게서 기어이 등을 돌리고 말았다
사랑초는 화분 위에 가부좌로
창 너머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무들이 무시로 흔들리고 있었다
꽃대를 내민 며칠 뒤
꽃대 끝에 꽃을 매달았다
긍정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물을 주고 어루만져주다 생각하니
사랑초는 내게 등을 보인 게 아니라
햇살을 내다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사 와서 햇살 방향으로 몸을 튼 건
사랑초만이 아니란 걸 알았다

*사랑초: 옥살리스. 괭이밥과의 관상용 재배 식물로 '당신과 함께 하겠다'는 꽃말이 있음.

이순주/ 여의도순복음교회ㆍ본보 기독신춘문예 제9회 시 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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