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 귀한 것

[ 연재 ] 작은 것, 귀한 것

우기식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0월 19일(금) 10:14
[우기식목사의 건빵연가]

교회를 다니지 않던 중령 한 분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다. 그런데 유학생활이 너무나 고달팠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것이 잠깐만이라도 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면 강제귀국을 해야 하고,그뿐 아니라 그동안 받았던 생활비와 교육비 일체를 국가에 반납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일어나게 되면 군생활이 쉽지 않게 된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그러니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일 수 밖에 없었고, 그 와중에 하도 마음고생이 되어서 그런지 그 분은 마침내 종교를 갖기로 결심을 하였다. 그런데 이제는 "어느 종교를 가져야 하나?"라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이때 생각난 것이 자기가 사관학교 생도시절에 출석했던 교회였다. 그 교회에서 커피를 맛있게 마셨던 기억을 되살리고는 훌륭한 군인이셨던 이 분은 "군인이 의리가 있어야지! 내가 힘들 때 커피를 준 교회로 가야된다"라는 결심을 하시고 바로 교회로 오셨고 이후 훌륭한 안수집사님, 훌륭한 믿음의 지휘관이 되셨다.
 
군에서 사역을 하다 보면은 이처럼 신기한 일들을 종종 경험하게 된다. 정말 보잘 것 없는 작은 섬김인데 그것이 얼마나 장병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고는 크게 놀라게 되고, 장병들은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조그마한 것에 대한 고마움을 깨닫고 생각과 태도가 한층 어른스러워 진다는 것이다.
 
교육사에서 사역을 할 때 한번은 안내 봉사하는 집사님들이 단체로 눈이 빨개진 채로 서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내용을 들어보니 장교후보생 한 명이 자신들을 울렸다는 것이다. 훈련소에 입소한 후 처음으로 교회에 오는 그날에 한 후보생이 안내 집사님으로부터 성경책을 받고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가슴에 성경을 안고 그렇게 감격하여 울더라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집사님들이 모두 울었다는 것이다. 군에 입대하지 않았다면 결코 깨닫을 수 없는 감사함인 것이다.
 
또 재미있는 것은 훈련병들에게 초코파이를 나누어 줄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분명히 줄을 맞추어 앉히고 숫자를 확인한 후 초코파이 배분을 하는데도 줄의 중간쯤 가게 되면 초코파이가 신기하게 모두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몇 번을 배분을 해 주어도 이런 현상은 사라지지 않고, 더더욱 재미있는 것은 분명히 입술에 초코파이 가루가 묻어 있는데 자신은 받은 적이 없다고 줄기차게(?) 우기는 친구들을 자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참 작은 것인데 말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역설적으로 깨닫는 것이 있다. 군대는 젊은 청년들을 조그마한 것의 감사를 아는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도록 만들어 주는 곳이라는 것을 말이다. 종교학자인 정진홍 교수는 군대는 우리사회에 있어서 청년들을 어른으로 만들어 주는 중요한 성인식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렇다. 군대는 축복된 곳이다. 고마움을 알게 하고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게 만들어 주는 곳이다. 군대는 축복된 곳이다. 이런 축복된 마음으로 군대를 바라보며 축복하도록 하자.

우기식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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