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안수 허락을 위한 노력

[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 여성 안수 허락 노력

이연옥명예회장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0월 16일(화) 15:32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여전도회 선배들의 여성 의식을 계승하려는 나는 여전도회 전국연합회의 회장으로서 해마다 장로교회 교단 총회에 여성 장로를 법제화 해 달라고 청원했다. 이 청원은 부결되었고 그 다음 회기에서 다루도록 뒤로 밀어졌는데 우리는 넘어지자마자 곧바로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처럼 총회에 다시 청원했다. 그런 일이 되풀이되니까 어느 총대 목사님이 총회석상에서 제안하기를 "부결된 안건을 해마다 다룰 수는 없다고 보며, 부결된 안건은 3년 동안 재론하지 않기로 하되, 여성 장로 청원도 동일한 차원에서 3년이 지난 다음에 다루기로 하자"고 했다. 그 제안을 총회가 결의했고 이제 여성 장로의 법제화 청원을 총회에 상정할 수도 없게 되었다. 우리는 가만히 손 놓고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새로운 전략을 구상해야 했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여성 장로의 법제화만을 청원하지 말고 여성 목사제도도 함께 청원하면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대학 졸업자가 3년 과정의 목회자 후보생으올 입학하는 신학교의 신학대학원에 여학생이 남학생과 나란히 입학하고 있고 남녀 학생이 동일한 신학교육을 받아 동일한 졸업장을 손에 쥐는데 신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남성만 목사 안수를 받는 교단의 교직제도가 바뀌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나도 신학교를 졸업한 여성으로서 한때는 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한 적이 있었는데 그 경험을 반추해 보면서 신학교를 졸업한 여성 교역자에게도 목사 안수를 허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소신으로 나와 여전도회는 여성 장로 청원과 여성 목사 청원을 함께 묶어서 총회에 상정했다. 1977년의 일이었다. 우선 청원서의 제목부터 바꾸었다. 여성 장로 청원을 '여성 안수 청원'으로 바꾼 것이다. 그런데 이 일이 일반 새회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일간신문인 조선일보가 여성 안수에 대한 문제를 지면기사에 제법 큼직하게 다루면서 '장로교회 교단(예장 통합)에서 최초로 여성 목사를 청원했다'고 실었다. 조선일보는 남성이 배타적으로 독점해 오던 장로교회의 목사제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자 우리나라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되는 현상에 병행하여 과연 여성 목사가 탄생할 것인지 주목하는 듯했다.
 
그런데 조선일보에 난 신문기사를 접한 목사님들 가운데는 그 기사의 행간을 읽으면서 여전도회가 이제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즉, 여전도회가 교단 총회에 건의해 온 여성 장로 청원이 여의치 않게 되자 이제는 '여성 안수'로 그 이름을 바꾸어서 여성 교역자에게도 목사 안수를 주도록 청원하는 것으로 파악한 것이다. 결국 여성 교역자를 목사로 안수하자는 청원도 총회에서 부결되고 말았다. 또한 향후 3년 동안 총회가 이 안건을 다루지 않도록 결의했다. 맥이 빠지고 힘이 풀리는 총회결의였으나 여전도회는 이번에도 가만히 손 놓고 앉아 있지 않았다. 교단의 언론인 기독공보를 통해서 지면 논쟁을 벌이기로 했다. 여성 안수에 대하여 찬성하는 교계 지도자와 반대하는 교계 지도자에게 번갈아 원고를 청탁하고, 신문 지상에서 여성 안수에 대한 찬반 토론이 전개되도록 했다. 신문지상 논쟁이 약 3년 동안 지속되었다.
 
나는 줄기차게 여성 안수 문제가 교회의 민주화와 연계되어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회를 선도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사회에 뒤처지면 되느냐?"고 반문했다. 내가 교회의 민주화를 하도 강조하니까 어떤 목사님이 나에게 "이 회장은 머리에 띠를 두르고 거리로 뛰쳐 나가서 과격하게 시위하는 대신에 살살 웃으면서 과격한 내용을 주장한다"고 꼬집어 말했다. 나의 행동이 과격하지는 않으나 내가 주장하는 내용은 과격하다는 뜻이었다. 심지어는 남편 임옥 목사님도 나에게 "당신, 그 여성 안수문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뭐라고 뒤에서 수군거리는지 아시오? 참으로 걱정스럽소"라고 충고했다. 평소에는 남편에게 고분고분하던 나였지만 그때만큼은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 오히려 좀 거센 표현까지 쓰면서 내 주장을 더욱 강하게 펼쳤다.
 
이번에는 신학교 교수님들이 글로써 여성 안수를 위해 힘을 보태도록 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들에게 전공별로 여성 안수를 신학적으로 뒷받침하는 글을 한 편씩 작성하게 하고, 그 글을 한데 모아 묶어서 책으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 일을 이 신학교의 목회학연구소 소장이신 오성춘교수님께 부탁하고 맡겼다. 오 목사님이 주관하셔서 여러 교수님들이 각각 자기 전공에 따라 글을 쓰셨다. 그리고 1992년에 '교역과 여성 안수'라는 제목으로 단행본이 발간되었다.

 
이연옥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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