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강근의 중동이야기 ] 중동분쟁의 시발점
[이강근의 중동이야기]
1948년 5월14일，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포한 다음날 아랍연합국들은 일제히 신생국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다. 중동지역의 대대적인 첫 전쟁이었다. 통상적으로 제1차 중동전쟁이라고 부르지만 이스라엘은 [독립전쟁]， 팔레스타인은 [알 나크바] 즉 [재앙]이라고 부른다. 이 1차 중동전쟁은 근대 중동분쟁의 시발점이 되었다.
1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은 인구 65만명， 아랍연합국가의 총 인구는 1억 2천만명. 아랍연합군은 2차대전을 통해 정예화된 군대였던 것에 비해 이스라엘은 이제 막 몰려온 이민자들로 꾸려진 민병대 수준이었다. 이스라엘은 군대라고는 하지만 하가나 이르군 레히 등 산재해 있던 민병대를 합쳐놓은 것이었다. 무기도 부족했다. 전쟁 당시 이스라엘 군은 3명당 1~2정의 개인화기가 지급되었다. 전쟁 직전 초대수상 다비드 벤구리온의 국방보좌관 조차 아랍과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이길 수 없다 판단했다.
예측대로 전쟁은 아랍연합군의 우세였다. 세계도 이스라엘의 패전을 예측했다. 유대인들은 혼신을 다해 20일째 버티며 예루살렘과 텔아비브을 지켜냈다. 전세가 뒤바뀌기 시작한 것은 미국과 소련의 지원이 시작되면서부터다. 미국의 투르만대통령은 이스라엘에 탱크나 전투기 등 기갑전력을 원조해주었다. 소련의 스탈린은 체코슬로바키아에 압력을 넣어 이스라엘에 신무기를 공급하게 했다. 미국에서 유대인들의 활약이 있었다면， 소련 역시 공산주의의 틀을 제공한 칼 막스가 유대인인데다 소비에트 혁명 때 유대인들에게 받았던 도움에 대한 보답이었다.
이스라엘은 주변 아랍국가들과 속속 휴전협정을 맺으며 1차 중동전쟁은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났다. 이스라엘은 전쟁으로 유엔 분할 당시의 56%에서 80%로 영토가 넓어졌고， 팔레스타인은 20%로 축소되었다. 이 국경선이 오늘날 '그린 라인'(Green Line)으로 불리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어떻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을까? 물론 이스라엘 민병대들의 기적과 같은 선전과 세계 각지의 유대인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사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아랍국가들의 분열이었다. 아랍연합군의 선두에 섰던 요르단을 견재하며 전쟁에 미온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1차 중동전쟁을 며칠 앞두고 요르단의 압둘라 왕은 아랍연합군의 사령관으로 선출되었다. 영국의 지원 하에서 강력한 군대를 가졌던 요르단 왕은 아랍연합군대의 선두에 서서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문제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벌이며 요르단 군을 팔레스타인 지역 깊숙히 군대를 주둔시킨 것이다. 이를 본 아랍국가들은 혹시 요르단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병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게 되었다.
전쟁 명분은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을 몰아내고 아랍인에게 영토를 되돌려주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요르단은 팔레스타인을 자신의 땅으로 만들려는 야욕을 가지다니... 결국 아랍연합군은 요르단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내부 분열로 엄청난 전력과 지원을 가졌음에도 아랍연합군은 이스라엘에 패배했다. 그리고 우려한 대로 요르단은 이스라엘이 차지하고 남은 동예루살렘과 요르단 서안 땅을 합병했다. 요르단 압둘라 왕의 팔레스타인 땅 합병은 아랍인들에게 아랍 민족주의에 대한 배신으로 비추어졌고， 결국 예루살렘을 방문하던 중 한 팔레스타인인에 의해 암살당하고 말았다.
1차 중동전쟁은 중동 근대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우선 그간 중동지역을 식민지화하며 주도권을 장악했던 영국과 프랑스가 뒤로 물러나고 미국과 소련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며 중동의 신흥세력으로 떠올랐다. 또한 전쟁에서 패배한 아랍국 내에 일어난 반 유대주의로 수십만명에 이르는 유대인들이 아랍국가들을 탈출해 본토 이스라엘에 귀환하는 이민이 시작되었다. 이를 유대인 난민이라 부른다. 반면 팔레스타인 땅에서 1차 중동전쟁 당시 전쟁을 피해 떠난 90만명에 이르는 팔레스타인 난민이 발생해 현재까지 중동지역 최대 골칫거리가 되었다.
이강근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