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을 꿈꾸며

[ NGO칼럼 ] 자활을 꿈꾸며

김대양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0월 12일(금) 15:44

[NGO칼럼]

한 몇 가지 편견을 이야기해보면 노숙인은 일을 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이다. 노숙인은 스스로 노숙생활을 즐긴다. 노숙인은 자활을 하려고 생각지도 않는다. 이러한 몇 가지 편견들 때문에 노숙인들은 사회에 지탄의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그 동안 노숙인들은 많은 사람들의 편견에도 불구하고 노숙인으로 살다가 자활하여 성공한 사례는 많이 있다. 고물을 줍다가 고물상을 차려서 자활한 사람도 있으며, 알콜중독자로 살다가 정신을 차려서 술을 끓고 가정으로 돌아가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사람도 있으며, 서울에서는 빅이슈라는 잡지를 팔아서 자활을 꿈꾸는 노숙인들이 있다.

사실 노숙인이 자활을 하기란 쉽지가 않다. 노숙인이 되면서 자기를 지지해주던 기반들이 다 무너져 버렸기 때문에 스스로 혼자 힘으로 일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숙인보호시설들이나 쪽방상담소 등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는 기관들의 최대 관심은 노숙인들이 어떻게 자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느냐 하는 것이다. 가족관계가 다 무너져 버렸으며 사회적인 지지도 약하고 더욱이 자신들을 바라보는 많은 편견들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몇 달전에 우리 쉼터에 생활하고 있는 연세가 좀 지긋한 분이 교회에 운전기사로 취직이 될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어느 교회인가 물으니 필자와 신학교 입학동기가 담임목사로 있는 교회였다. 아니나 다를까 동기목사가 필자에게 전화를 하여서 그분에 대해서 물으셨다. 자기 교회에 운전기사로 채용을 하려고 하는데 채용해도 될까 라고. 필자는 채용해도 문제가 없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지금은 그분이 아무런 문제없이 교회운전기사로 채용이 되어서 일을 잘하고 있다. 노숙인들에게 조금만 배려를 해주면 노숙인들도 쉽게 자활할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 필자의 쉼터에 좋은 일이 있었다. 30살 조금 넘은 젊은이인데 고등학교 입학 검정고시에 합격을 하였다. 그래서 교회에서 축하해주고 금일봉까지 선사했다.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가 술만 먹고 들어오면 때리기 때문에 가출을 반복하며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여 초등학교 졸업장이 전부인 친구다. 30대 초반의 젊은이이지만 파란만장한 삶을 살은 친구다. 소년원과 교도소를 집 드나들 듯이 다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인생에 희망이 안보여 스스로 인생을 정리하려고 팔목을 칼로 긋기를 여러번 하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다가 필자의 쉼터에 오게 되었다. 쉼터에 올 때에도 팔목에 붕대가 감겨 있었다. 쉼터에서 지내기를 여러 달, 손목에 상처가 나아가면서 어둡던 얼굴이 밝아지고 쉼터에 있는 식구들과도 잘 어울리며 지냈다.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 여겼지만 착하기도 하고 살려고 하는 의지도 보여 주고 있었다.

이 젊은 친구에게 희망을 주고자 상담을 통하여 공부를 권유하게 되었고 이 젊은 친구는 흔쾌히 공부를 하겠노라고 하며 고등검정고시 대학검정고시 그리고 대학 사회복지과에 입학해서 사회복지사로서의 일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몇 달 열심히 공부하더니 고등학교입학검정고시에 당당히 합격하였다. 다음 목표는 내년에 대학입학자격검정고시에 학격하는 거라고 목표를 정하였다. 지금은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희망의 끈을 잡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필자의 쉼터에 사회복지사의 꿈을 꾸는 또 한 사람이 있다. 자동차부품에 들어가는 금형의 일을 하다가 인생이 잘 안 풀려서 쉼터에 입소하게 되었는데, 쉼터에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 중에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자기 사비를 털어서 도와주려고 하는 측은지심이 강한 친구다. 쉼터 고참 측에 속하는데 필자가 이 친구를 지켜보다가 올 초에 2년제 대학 사회복지과에 장학생으로 공부를 하는 조건이 있는데 입학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를 했더니 며칠 고민을 해보더니 수락을 하였다. 필자가 아는 사회복지과 교수님에게 연락을 했더니 장학생으로 입학을 시켜준다는 허락을 받고 2012년 3월에 사회복지과에 입학을 하게 하였다. 사회복지사의 꿈을 꾸면서 열심히 일도하고 공부하며 지낸다. 노숙인 쉼터는 오늘도 자활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쉼터가 남들이 볼 때에는 노숙인들이 살아가는 우범지대쯤으로 생각을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자활을 꿈꾸며 살아가는 보금자리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노숙인들도 자활을 꿈꾼다. 미래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교회가 노숙인들의 자활을 위해서 조금만 신경 써 준다면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게 될 것이다.


김대양목사/예장노숙인복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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