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숲에서

[ 문화 ] 시-가을 숲에서

김형미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0월 12일(금) 15:10

[동인시단]

가을 숲으로 갑니다
영글지 않은 내 마음과 함께
갈참나무가 후두둑 후두둑
잘 익은 도토리를 내뱉고 있습니다
비탈진 골짜기에 서 있는 단풍나무
하늘을 닿고픈 열망으로 붉어진 가장자리에
이슬마다 구름을 품었습니다
숲의 상처를 매만지던 이끼의 사랑이
가녀린 손끝에서 여울어갑니다
자작나무 고욤나무 비자나무 떡갈나무
제 하늘로 서 있는 뿌리마다
촉수를 넓히며 흔들렸던 사연들
나이테 안으로 단단히 새겨 넣고 있습니다
파문 안에 또 하나의 세상이 세워지고
아직, 한 줌 햇살이 간절한 것은
그리움의 중심에 그대를 놓기 위함입니다
잠시 기억의 자리에서 비켜간 얼굴이
저만치 꿈틀대며 되살아나는
가을 숲으로 갑니다
나무마다 그리움의
불을 질러 놓은

김형미 / 광주 동광교회 목사ㆍ본보 기독신춘문예 제5회 시 가작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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