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 본래의 목적 회복 기대

[ 교단 ] 찬송가, 본래의 목적 회복 기대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10월 09일(화) 13:26
"바꾼지 얼마나 됐다고 또 바꿔?"
찬송가, 본래 목적 회복이 우선

경기도 하남시에서 12년째 목회를 하고 있는 나찬양목사는 지난 9월 총회를 앞두고 참석한 노회 시찰 모임에서 새로운 찬송가가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21세기찬송가 보다 통일찬송가가 좋다는 교인들을 설득해서 전부 교체한 지가 아직 3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또 찬송가를 바꿔야 한다면 교인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앞이 캄캄했다. 게다가 새 찬송가에는 '주 예수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 같은 애창곡이 빠질 수도 있다는 말에 올해 80을 넘긴 노모가 가장 즐겨 부르는 찬송인 것이 떠올라 절로 한숨이 나왔다.

지난 9월 주요 교단 총회의 선택을 기다렸던 '표준찬송가'가 본교단은 물론 예장 고신, 예장 합동 등 어느 교단의 선택도 받지 못하면서 당분간 설 자리를 잃게 됐다. 표준찬송가 제작을 준비해왔던 비법인 찬송가공회 서기 윤두태목사는 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아직은 정리된 것이 없다"며 "조만간 임원들이 모여서 방향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9월 총회 전에 시제품을 발간하고 교단들의 동의를 얻을 것"이라는 당초 설명에서 한발 물러선듯한 입장이다.

사실 표준찬송가는 제작 논의 단계에서부터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21세기 찬송가 발간 6년 만에 새 찬송가 발행시 평신도들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애창곡을 포함한 여러 곡이 누락된다는 점 △준비기간이 너무 짧다는 점 등이다. 실제로 한국기독음악저작권협회 한 관계자는 "(비법인 공회에서) 새로 찬송가를 제작하는데 좋은 취지에서 저작권료 없이 만드려고 하니 기부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며 "하지만 공식 문서도 없었고 전화로 찬송가에 들어갈 것이니 영광으로 받아들여달라는 일방적 통보였다"고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97회 총회에 참석한 본교단 총대들 역시 표준찬송가 발간과 관련,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총대 발언을 통해 대구동노회 석의환장로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64개 노회, 8천교회 산하 성도들은 또 찬송가를 만드는 것에 우려가 크다"며 "현재 사용 중인 찬송가를 무료로 교체해주는 것이 아니라면 6년 만에 찬송가를 바꾼다고 결의했을 때 저를 비롯해 전 총대들이 성도들 앞에 면목이 없지 않겠나"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회가 지난 몇년간 교단 연합사업에 어려움을 초래했던 찬송가 문제의 뚜렷한 대책을 찾지 못한 채 1년간 재연구를 하기로 결정한 점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예장 합동에서 법인 찬송가공회에 파송된 이사들을 소환하기로 하고 5인의 특별조사처리위원회를 구성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제는 이권싸움의 희생양이 아닌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찬송가의 본래 목적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시 한번 97회기 총회 찬송가공회대책위원회의 활동에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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