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가방'의 김상철감독, 신작 '중독' 제작

[ 문화 ] 새영화 제작중인 김상철감독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09월 26일(수) 14:23

이 시대, 우리는 무엇에 중독돼야 하는가?

   

성중독, 마약중독, 알콜중독…. 우리 사회가 갖가지 중독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제는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가 아니라 "뉴스를 너무 많이 봐서"라고 말해야 할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강력범죄의 소식이 들려온다. 그만큼 사회가 병들어 있다는 얘기다.
 
영화 회복, 소명에 이어 웰메이드 기독교 다큐멘터리로 손꼽히는 '잊혀진 가방'의 감독 김상철목사(44세ㆍ대전가수원교회 협동목사)가 이번에는 '중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영화를 제작 중에 있다. 스페인 영국 인도 미국 한국 등 5개국 로드 다큐멘터리로 2010년 촬영을 시작해 현재 80% 이상을 마친 상태. 오는 2013년 한국 미국 스페인에서 동시 개봉될 예정이다.
 
'나 예수 중독자 되어야 하겠다. 술 중독자는 술로만 살다가 술로 인해 죽게 되는 것이고 아편 중독자는 아편으로 살다가 아편으로 인해 죽게 되나니 우리는 예수로 살다가 예수로 인해 죽자.' 지난 12일 종로 한 카페에서 만난 김상철감독이 자리에 앉자마자 손양원목사의 시(詩) '예수 중독자'를 소개했다. 중독이라고 하면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예수 중독'이라니. 그는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중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우리는 어디에 중독되어야 하는지'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싶다고 했다.
 
김 감독의 '영화 중독'에는 중독자는 있지만 고발 중심의 다큐에서처럼 모자이크나 목소리 변조가 없다. 그는 이 영상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중독자들과 같이 먹고 자고 생활하면서 신뢰를 쌓았다고 했다. 인도에서 위생 문제로 10여 일간 설사에 시달린 일도 있었고 중독자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오는 10월에는 미국 최대 재활기관이 피닉스 하우스 등에서 직접 재활프로그램을 체험해볼 예정이다. 마치 '영화 중독'을 찍는 일에 그 자신도 중독이 되어버린 듯 했다.
 
그를 중독의 길로 이끈 것은 2008년 잊혀진 가방 촬영 중에 만난 에반 데이비스선교사(전 WEC 총재)다. "패스터 킴, 향후 4∼5년 사이에 전세계의 전도와 선교에 '중독(Addiction)'이 키워드로 떠오르게 될 겁니다." 김 감독은 당시를 돌아보며 "처음엔 우리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시간과 돈을 들여 왜 그런 영화를 만들어야 하나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도 빚을 내면서까지 영화를 만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을 마약에 다 쓰고 집도 없었고… 어느 날 더러운 화장실에서 헤로인 주사를 목에 집어넣으려고 하면서 거울을 보는데 '내가 뭐하는거지, 이거 사는거 아닌데', 그때 기도했어요. 하나님 죄송한데요. 저 좀 살려주세요." 예고편 영상 속에서 한 재미교포 청년이 서툰 한국말로 고백하는 것을 보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람 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기뻤어요." 목사이자 영화감독으로서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김 감독의 말이다.
 
그가 대표로 있는 파이오니아21연구소에서는 '나의 선택-잊혀진 가방 그 못다한 이야기', 다리 위에서 기차를 관리하는 아버지의 선택을 그린 'MOST'를 교회에 보급하는 일도 계속하고 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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