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형 리더십

[ 데스크창 ] '함께 가는' 리더십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2년 09월 26일(수) 10:07
바야흐로 이 시대는 차선이 곧 최선이 되는 시대, 차선이 선택의 기준으로 부상하는 시대입니다. '꿩 대신 닭'.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해 그 보다 못한 것으로 대신하는 경우를 이르는 말입니다. 논리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경제학에선 "소비자란 언제나 '주어진 제약' 속에서 만족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을 두고 그보다 못한 것을 선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소위 옵션 혹은 컨디션이라 불리우는 '주어진 제약'이 있는 경우, 그것은 소비자가 최선의 선택을 하는데 걸림돌이 됩니다. 예산 범위를 초과하거나 시간과 노력이 과다하게 투입되는 상황이라면 최적의 선택을 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최근 소비자들이 이상적인 대안, 즉 '플랜 A'보다는 실속있으면서도 매력적인 차선의 대안 '플랜 B'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본래 매력적인 것들은 비쌉니다. 또 그것을 얻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가격을 품질의 지표로 생각합니다. 비싸면 그 만큼 품질이 좋다는 믿음, 이른바 '가격품질연상효과(price - quality association)'입니다. 그러나 '플랜 B'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면서도 매력적이라는 특징을 갖습니다. 그래서 명품 브랜드들이 세컨드 브랜드로 매스티지(Masstige) 마케팅에 주력합니다. 매스티지란 일반 대중제품(Mass product)과 명품(Prestige product)의 합성어로서 일반 대중제품과 고가명품 사이의 대중적인 중고가 명품을 지칭합니다.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 속에서, 글로벌 경제환경이 불확실해지자 많은 금전적 시간적 투자가 필요한 '플랜 A'보다는 다소 부족하더라도 당장 실현 가능한 '플랜 B'가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죠. 그래서 마케팅을 하는 쪽은 "저가 제품 B가 고가 제품 A와 비슷한(?) 효능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값은 훨씬 싸다"는 홍보를 하고 소비자는 "고가의 A 제품을 비싸서 못 사는것이 아니라 저가의 B 제품이 더 매력적이어서 구매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이 시대 갑과 을의 필요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 하겠습니다.
 
조직 내 리더십에도 이런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플랜 A'형 리더는 조직의 일인자로서 카리스마와 큰 목소리로 조직을 하나로 결집하고 조직의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형 리더입니다. 반면 '플랜 B'형 리더는 윗 사람을 보좌하고 조직을 아우를 수 있도록 보살피는 보조자형 리더입니다. 일례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청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플랜 A'형 리더라 하겠습니다. 반면 애플의 새로운 CEO인 팀 쿡은 탁월한 경영 노하우를 지니고 잡스를 그림자처럼 보좌했던 전형적인 '플랜 B'형 리더입니다. 애플은 그동안 성공적인 헬퍼십(helpership)을 보여주었던 팀 쿡의 리더십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과거 '나를 따르라(Follow me)'식의 독선적인 리더십이 대세였다면 이 시대는 세밀하게 살피고 설득하여 공감하며 '함께 가는(Come together)'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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