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두 가지 모습

[ NGO칼럼 ] 북한의 두 가지 모습

박현석사무총장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9월 25일(화) 14:23

[NGO칼럼]

금년 9월 중순에 발표된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5세 미만 북한 어린이들의 평균 사망률은 1천명당 33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수치는 작년 18명에서 두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이다. 작년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보고서에도 2000~2009년 5세 미만 북한 어린이의 43%가 영양실조로 국제 권장기준에 못 미치는 발육부진 상태라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올봄 반세기 만의 최악 가뭄에 이어 6월부터 시작된 집중호우와 3번에 걸친 태풍으로 어려움이 있으리라고 판단했지만, 1990년대 후반 많은 아사자를 가져온 '고난의 행군'때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던 황해도 곡창지역에서 "2000년 이후 최악의 기근과 아사"를 맞고 있다는 북한 주민들의 공통된 증언이 나왔다. 더 구체적인 증언에 따르면 북한 최대 곡창지대인 연백평야와 재령평야가 있는 황해도에서 아사자가 6만명 정도가 속출되었다고 한다, 최근의 대기근 사태는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수확 감소 보다, 김정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지지층인 평양시민 등에 배급하기 위해 권력계층의 강탈과 수탈, 사회적 불평등이 만들어 낸 인위적 기근이라고 했다. 이 기근으로 발생되는 폭력과 범죄, 사회질서 붕괴,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북한사회를 파탄의 벼랑으로 몰고 있다고 했다. 이 사태가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13년 동안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을 집행해 온 필자에게는 상당히 충격이 되었다.
 
올해도 변함없이 7, 8, 9월 세 차례에 걸쳐 최북단 접경지역을 다녀왔다. 그러나 이번 9월의 양강도 도청소재지 혜산과 중국 훈춘은 지난해의 모습과 또 7, 8월에 다녀왔던 다른 접경지역과 다른 모습이었다.
 
첫째는 훈춘의 취안허(圈河)세관뿐만 아니라 도문세관 앞 중조우호다리(도문~남양)와 조로대교(하산철교/러시아 핫산~두만강리, 그리고 장백~혜산을 잇는 다리에서 철교와 화물차의 물동량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단동과 신의주를 잇는 압록강철교는 북한정권기념일(9ㆍ9절)이 가까워서 인지, 공장에서 갓 생산된 승용차와 화물차, 그리고 트렉터가 많이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훈춘은 해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처럼 3국의 교역과 관광, 교통의 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승용차를 이용한 나진ㆍ선봉 특구 관광이 허용된 1년 만에 3만명 이상이 다녀갔다고 한다. 나진ㆍ선봉은 인민폐가 공식화폐로 통용되며 카지노와 중국인이 운영하는 상가와 식당이 많이 늘었고, 이미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구축되었다.
 
본 재단이 1998년 북측과 첫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으로 나진ㆍ선봉에 '로뎀제약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방문했던 분들의 이야기처럼 "아직도 나진ㆍ선봉 바다는 청정해역이었고, 건물과 거리풍경, 옷차림에서 남한의 70년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고 관광을 다녀온 조선족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둘째로 또 하나의 변화는 9월 6일부터 12일까지 두만강 접경지역과 장백과 혜산의 접경지역에서 북한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고,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북한이 경제문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혜산시에 회색이 아닌 페인트칠한 쌍둥이 아파트가 세워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혜산은 압록강 발원지여서 강폭이 좁고, 또 험난한 백두산이 있어 탈북자의 주요 탈출 루트이다. 그래서 북측은 여성들에게 강가에 못나가게 하는 금족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그 언론 보도를 비웃듯이, 남녀노소 모두가 강가에서 빨래도 하고 수영도 하고 목욕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셋째는 북한과 교역일로 1주일에 2~3번 북한을 간다는 무역업 사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탈북자들이 흔히 목격했고 북한의 어려운 사정을 접했지만, 최근에는 탈북자들을 봤다거나 북측이 어렵다는 소문도 거의 없어 졌다"고 전했다. 그래서 "북한의 정책에 변화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탈북자가 많은 접경지역에서 자급자족하라는 지시가 내렸다. 그래서 밀무역(광물)과 물물교환으로 오히려 접경지역 북한 주민들이 내륙지역의 주민들보다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고 잘 산다"고 전했다.
 
접경지역의 조ㆍ중다리와 철교는 남북의 통로가 막힘을 비웃듯이 오늘도 활발하게 움직인다. 올해 안에 조ㆍ중 무역 1백억불을 돌파할 것이고, 북한의 백화점과 장마당에서 판매되는 공산품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북한경제의 중국경제 예속화로 우리는 북방경제권을 완전히 잃게 되는가? 어서 빨리 막혔던 장벽이 뚫리고 소통과 대화의 문으로 남ㆍ북한 문제가 풀리길 소망한다. 결국 길이 열리면 사람과 물자가 오갈 것이고, 북한 주민들의 생활과 형편도 나아질 것이다. 그 개혁과 개방을 이끄는 주체는 중국이 아닌 우리가 해야 할 이 시대의 사명이 아닐까?
 
올해 여름, 압록강에서 두만강까지의 접경지역에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준 무거운 기도와 숙제를 안고 돌아왔다.


박현석사무총장 / (재)새누리좋은사람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