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우드와 삼겹줄

[ 데스크창 ] 레드우드와 삼겹줄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2년 09월 21일(금) 11:16

[데스크창]

두 달 전 뉴질랜드 출장 길에 로토루아에 위치한 레드우드 수목원(Redwood Grove) 삼림욕장을 가 본 적이 있습니다. 원시림같은 경관을 갖추고 있어서 영화 '쥬라기 공원', '반지의 제왕' 등 대작들이 이 곳에서 촬영됐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나서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흔히 삼나무라고 불려지는 레드우드는 키가 90미터 이상 자라 현존하는 나무 중 가장 큰 데 낙우송과(落羽松科 Taxodiaceae)에 속하는 상록침엽수로서 엄밀하게는 해안세콰이어삼나무라고 부른답니다.
 
본래 레드우드의 원산지는 미국 서남부 지역입니다. 2차 대전 당시 참전한 뉴질랜드 병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산림청 직원이 비공식적으로 준 미국 캘리포니아산 레드우드 묘목이 자라 현재의 대규모 수목원이 됐다고 합니다. 실제로 보니 정말 나무의 끝이 보이지 않았고 아름드리 나무들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 차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도 큰 나무는 1백13미터(3백70피트)나 되어 35층 건물 규모라는 말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큰 나무도 씨앗은 올리브 열매 만 하다고 하니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의 섭리가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경이로운 것은 이 나무들은 어떠한 태풍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원산지인 미국 오리건 남서부에서 캘리포니아 중부에 이르는 해변가는 허리케인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백미터가 넘는 나무들이 태풍에 쓰러지지 않는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뿌리가 옆으로 2~30개 이상 뻗어 한 뿌리에 여러 나무가 서로 얽혀 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수력이나 풍력 발전 역시 물과 바람의 힘을 한 곳으로 모아 에너지화하는 것입니다. 숯불도 모으면 화력이 좋지만 헤쳐 놓으면 꺼지고 맙니다. 벽돌도 한 곳에 모아 쌓아올리면 빌딩이 되지만 흐뜨러놓으면 돌 덩어리에 불과합니다. 이 시대를 집단 지성의 시대라고 합니다. 사람의 힘과 지혜도 모으면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지만 개개인으로 흩어지면 미미하게 됩니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좋은 예입니다.
 
최근 한국교회 내에 하나님은 안 중에 없고 오직 자신들의 유익을 좇아 사는 이들이 있습니다. 교단이나 연합기구를 나누어 갈라서고, 목사와 장로가 서로에게 말로 찌르고 상처주면서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낮게' 여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어제는 '절친'이었다가 오늘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이익과 노선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며 얼굴을 바꾸는 이들, 필요할 때는 지역을 따지고 불리하면 지역을 숨기는 이들. 언행과 신행이 일치하지 않는 이들로 인해 한국교회의 격이 떨어지고 기독교가 사회의 뭇 매를 맞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수학시간에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을 배웁니다. 한글과 함께 사칙연산은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 지식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빼고 나누는 일만 잘하고 더하고 곱하는 일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허리케인이 불어도 요동치 않는 레드우드처럼 서로의 뿌리가 얽혀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교회가 되어지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능히 당하나니 삼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전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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