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사명

[ 논단 ] 교회의 사명

김예식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9월 14일(금) 10:49

[주간논단]

이런 우스개 이야기가 있다. 어떤 가정에서 가스가 폭발하여 화재가 일어나자 집 주인은 소방서에 연락하려고 핸드폰을 들었는데 너무 당황한 나머지 번호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아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소리쳤다. "야! 119가 몇 번이냐?" 그랬더니 그 아들이 똑같이 당황한 나머지, "아빠, 119가 몇 번인지 빨리 114에 물어 보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요즈음 우리나라 국민들의 심리상태가 바로 이와 같다.
 
매일 눈을 뜨자마자 들려오는 각종 비통한 뉴스를 통해 당황되고 놀라운 소식들로 말미암아 정상적인 정서의 안정을 얻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 벌어져서는 안 될 다양한 형태의 성폭력 범죄, 잔인한 방법의 살인과 엽기적인 방법의 사체유기, 인륜을 저버린 존ㆍ비속 성폭력, 살해사건 등등 일일이 열거할 수 조차 없는 사건들이 우리의 합리성을 지향하는 인지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회 사건들을 보면서 빠르고 악하게 변해가는 이 사회의 사람, 현상들은 마치 우리 앞에 조롱하듯 버티고 서있는 심리적 '거성(巨城), 여리고' 같다.
 
요단강을 건너 하나님이 말씀하신 가나안 복지에 들어가려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반드시 점령해야 할 가나안의 첫 성 여리고를 눈앞에 두고 두려움과 당황스러움에 빠져 있었다. 그리스도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이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오늘 우리에게 다가오는 진정한 문제는 세상 밖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고 영원한 나라를 사모하며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기를 기도하는 그리스도인들조차도 점차 세상의 가치관에 함몰되고 별 고민없이 이를 그대로 모방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데 있다. 이미 세상이 가르쳐 준 성공 지상주의와 영적 혼합주의가 교회 안에도 깊숙이 들어와서, 세상은 더 이상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칭찬하지도, 존경하지도 않게 되었다.
 
그 이유는 그리스도인들의 세속화에 있고 실명(實名) 그리스도인으로서 책임적 삶을 살기를 포기하는 기독교인들의 증가에 있다. 이제 세상은 그리스도인들을 향하여 "당신들이 세상 사람들과 다른 게 뭐냐?, 무엇이 구별된 삶이냐?"고 묻고 있다.
 
최근 통계청의 보고에 따르면 , 우리나라 기독교 인구가 8백62만 명으로 감소되었음을 발표했다. 이는 1천2백만 명을 자랑하던 개신교인들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숫자의 증가가 건강한 교회의 지표는 아니지만 이러한 숫자의 감소는 교회를 바라보는 세상의 회의적 반응과 실망에서 기인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는 과연 어찌해야 할 것인가, 깊은 자기 성찰을 해야 할 때이다. 다변화하는 포스트 모던 시대의 흐름 속에서 여전히 주님이 부여하신 변함없는 교회의 본래적 소명에 응답하기 위해서. 교회는 분명 세상을 향하여 해야 할 두 가지 사명이 있다.
그 하나는 시대의 변천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교회에게 부여하신 주님의 복음(福音, good news)말씀을 꾸준히 전수함으로 영혼을 구원하여 제자삼아야 하는 '복음명령'의 사명이고, 또 하나의 사명은 '문화명령(cultural mandate)'의 수행으로, 모든 사회 분야마다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도록 삶의 자리에서 스며들게 전하는 간접적 복음 전도의 실천일 것이다.
 
요즈음은 안방에까지 슬며시 들어 와 버린 '동성애'와 '혼전동거', '술 문화'를 미화시키는 드라마들이 늘어나고 있고, 어린이의 책상 위, 컴퓨터 단말기를 통하여 무방비로 포르노, 마약, 악성 게임들이 어린이들의 영혼을 병들게 하고 있다. 교회는 이 모든 미디어 매체들을 이용해 세상 문화에 맞서서 하나님의 문화명령을 효과적으로 증거하고 확장해야 할 방안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제97회 총회가 교회의 복음명령과 문화명령의 사명 수행을 위해 가슴 뜨거운 많은 지혜들을 쏟아내고, 이를 공감하고 실천을 다짐하는 마음 뜨거워지는 성 총회가 되기를 바란다.


김예식목사 / 예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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