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사람이야

[ NGO칼럼 ] 복지는 사람이야

신동헌국장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9월 12일(수) 10:43

[NGO칼럼]

내 이름은 '복지'라고 해. 한국에서 태어났고, 나이는 50이지. 다른 나라에선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를 100년이란 시간이 걸려 키웠다고 하는데 한국에선 50년 만에 나를 키웠어. 놀랍지 않니? 한국만이 가진 놀라운 저력이지. 뭐 한국에 이런 아이가 나만 있는 건 아니야. 내 친구 정치와 경제도 별반 다르지 않아. 50년만에 압축적으로 크다보니 얼굴이 모나기도 하지만 박색은 아니라고 생각해.

지금은 조금 바뀌었지만 난 주로 없는 사람들을 돕고 있어. 가끔 저런 사람도 도와야 하나 하는 회의도 들지만 절대 다수는 정말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야. 나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돈을 많이 사용하기도 해. 주변에선 내가 너무 돈을 많이 쓴다고 줄여야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더 많이 쓰도록 해야 한다는 사람이 싸우기도 하지. 이럴 땐 내가 어느 편을 들어야 하나…. 정말이지 앉아 있어도 자리가 편하지 않고 불안하기만 해.

난 주로 백성들 위해 일한다는 사람들이 바뀔 때 마다 새로운 이름으로 태어나기도 해. 어떤 사람은 '생산적 복지'라고 부르기도, 지금은 고인이 되신 분은 '참여복지'라고 부르기도 했어. 지금 일하고 계신 분은 '능동적 복지'라 나를 부르지. 앞으로 백성을 위해 일하겠다고 하는 어느 여성분은 '맞춤형 복지'라고 부르더라.

요즘은 내 이름을 가지고 선별적 복지니 보편적 복지니 뭐 이른 것을 가지고 편을 나눠 싸워.

요지는 먹고 살만한 사람까지 도와 줄 필요가 있느냐 하는 거지. 유럽에서 자란 복지는 이런 것 따지지 않는다고 하더니, 지금은 살림살이가 어려워선지 조금씩 까다로워진다는 소식은 전해 들었어. 그래도 복지의 아버지라고 해야 하나, 베버리지 보고서의 기본선은 지키고 있는 모양이야.

그런데 난 슬퍼. 내 이름 가지고 싸울 때에는 꼭 뭔가 목적이 있는 것 같아. 자기들이 백성을 잘 다스릴 수 있다고 너도 나도 내 이름을 내세워 표를 모으려고 해. '뭐 그럴 수도 있지, 백성들 잘 살게 해주겠다는데 뭐 나쁠 것 있겠어?' 이렇게 나를 위로해 보지만 그래도 난 슬퍼. 왜냐하면,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내 이름 속에 사람이 보이지 않아.

난 솔직히 유식하게 휴머니즘이란 이런 말 잘 몰라. 그렇지만 나를 통해 배고파 굶은 사람 없고, 배고파 죽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어. 돈 없어 치료 못 받고 죽는 사람 없었으면 좋겠어. 집 때문에 이리 저리 떠돌아다니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어. 돈 없다고 공부 못하는 사람도 없었으면 좋겠어. 적어도 경쟁할 때 똑같은 선에서 출발 했으면 하는 게 내 마음이야. 이게 욕심일까?

어느 유식한 사람은 그러더라. '새는 두 날개로 난다'고. 내 이름 가지고 치고 받고 싸우더라도 인간이라는 하나의 몸통으로 날아오를 수 있게만 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어. 나의 존재를 이념이 아닌 사람이라는 생각을 모두가 공유 했으면 좋겠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게 내가 원하는 내 이름의 의미야. 그리고 돈 한 푼 내지 않고 거저 나를 얻으려 하지 말고, 제발 가치 있게 사용해주길 바랄게. 부탁해….


신동헌 국장/영락사회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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