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여성단체, 잇따른 성범죄 우려

[ 교계 ] 기독여성들, 성범죄 우려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09월 12일(수) 10:39
"복음 전하지 못한 내 탓…"
잇따른 성범죄에 교회여성들 우려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같이 살던 친척으로부터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지금 저는 고등학교 3학년인데 그 기억이 되살아나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아직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지만 작년엔 신경쇠약증으로 약을 복용했고 스트레스로 밥을 먹지 않고 있어요. 그 사람도 더럽고 이런 일을 붙잡아두는 저도 지겹습니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 부설 기독교여성상담소 온라인상담실(www.8275.org)에 올라온 내용이다. 최근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으로 성범죄자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남 나주 금천면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이성자목사(왕성교회)는 "목회자이기에 앞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어머니로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목회자로서 더 사랑을 나누지 못하고, 복음을 전하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이 목사는 "오늘 학교에서 나오는 아이들을 보는데 무심코 봐지지가 않더라. 내 자식이냐 니 자식이냐를 구분할 것이 아니라 자식을 둔 엄마라면 다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등은 지난달 30일 19대 국회의 성범죄 친고죄 폐지를 위한 움직임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성폭력 피해 당사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하도록 마련해둔 친고죄 조항 때문에 가해자 처벌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

교계 여성단체들도 잇따른 강력 성범죄 소식에 한 목소리로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 주일 기독여민회 김주연회장이 시무하고 있는 인애감리교회에서는 여성 교인들을 중심으로 이에 관한 토론의 자리가 마련됐다. 토론에 참여한 한 교회여성은 "언론의 보도를 보면서 오히려 더 두려움을 느꼈고 위축되고 협박받는 느낌까지 받았다"며 "왠지 살벌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주연목사는 "성폭력, 특히 아동 성폭력 같은 경우는 힘을 가진 사람이 힘이 없는 사람에게 강제로 가하는 폭력"이라고 단정지으며 "이는 가치관의 문제이면서 사회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관련 자료를 살펴보니까 아동 성폭력이 하루에 6건씩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아니라 근본적 처방이 마련되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성범죄 예방을 위해 무엇보다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교회 내에서도 성폭력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상태"라고 밝힌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최소영총무는 "최근 참석한 교계 행사에서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을 가리켜 '어린이 성행위'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고 기겁했던 일이 있다. 기본 전제가 잘못되면 해법을 모색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고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최 총무는 또 "성폭력은 성을 매개로 했음에도 성행위가 아닌 명백한 '폭력'이다"라면서 "교회 내에서 성폭력 문제를 은혜롭게 덮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문제로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신신당부했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회장:홍기숙)는 '기독여성을 위한 웰컴 투 섹슈얼리티' 강좌를 여는 등 교회여성 뿐만 아니라 청소년, 남성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해왔으며 앞으로도 관련 강좌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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