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민들 속으로

[ 최종률장로의 빈방있습니까? ] 기독교연극 해외공연

최종률장로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9월 10일(월) 14:18

[최종률장로의 빈방있습니까]

기독교연극의 해외공연은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오랜 외국생활에서 비롯되는 교민들의 공연 예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교민들에게 음악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는 인터넷이나 비디오 복제를 통해 얼마든지 접할 수 있지만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무대 공연물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매우 적기 때문이다.
 
둘째는, 한인교회 교인들에게 성극을 통해 은혜를 끼치는 통로가 된다는 것이다. 현장예술인 연극 특유의 호소력과 침투력으로 교민들의 마음에 감동과 위로를 주며 영성에 자극을 주는 은혜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셋째로는, 교민들 뿐만 아니라 그들과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현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선교의 기회가 된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이전의 글에서 언급했던 사이판 선교공연이 다국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선교공연이었고, 손양원목사의 생애를 극화한 '용서를 넘어선 사랑'은 미국 내 한인교회의 교우들만을 위한 공연이었다면, '빈 방 있습니까'의 해외공연은 위의 세 가지 의미를 동시에 만족시킨 예가 될 것이다.
 
먼저 '용서를 넘어선 사랑'의 미국 공연을 상기해 보려고 한다. 이 작품은 이미 국내에서 몇 해 동안 서울과 지방을 순회하며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감동을 줬던 연극이다. 차제에 해외 교민들에게도 은혜와 감동을 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에 따라 외부에서 기획팀을 초빙하여 미국 순회공연을 시도한 경우였다. 시카고, 디트로이트, 미네아폴리스 등 미국 북부 지방을 도는 그 프로젝트에 필자는 예술감독으로 동참하게 됐다. 등장인물만 수십 명에 스태프진, 기획팀, 교역자들까지 합하니 대부대가 되고 말았다. 저가항공으로 비행기 삯을 줄이고 현지에서는 여러 교민들의 집으로 분산하여 홈 스테이를 했지만 재정 부담이 너무 컸다.
 
거대한 세트를 항공화물로 옮기기엔 무리가 있어서 현지 제작을 해야 했는데 이것 또한 난제였다. 구성원 중에는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도 있어서 주초문제, 언행과 태도문제 등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매일 신경전이 벌어졌고 스트레스만 쌓여갔다. 신앙인들끼리 모여 절박한 심정으로 기도했고, 목사님과 예술감독인 내가 주의와 당부를 아무리해봐도 내부의 갈등은 없어지지 않았다. 다행히 공연을 본 교민들이 크게 감동받는 모습을 보며 위안을 삼았지만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여정이었다.
 
'빈 방 있습니까'는 두 차례에 걸쳐 미국 전역과 캐나다 지역을 순회하며 성공적인 공연을 할 수 있었다. 두 번 모두 배우와 스태프를 합쳐 열 명으로 꾸려진 단촐한 규모였다. 약 한 달 간의 순회 일정은 이미 한인교회의 담당교역자들과 조율이 끝난 상태였지만 막상 현지에 도착했을 때는 방송을 통해 소식을 미리 접한 여러 교회에서 초청이 쇄도했다. 예정에 없던 틈새 공연의 개막시간에 맞추기 위해 한 공연을 마치자마자 장비를 챙겨서 급히 다음 행선지로 이동해야 했다. 하루에 세 번을 공연한 것만도 여러 차례나 됐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모두 행복했다. 특히 교우가 경영하는 사업체의 멕시코인들이나 히스패닉계 노동자들이 구경을 와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오히려 더 큰 은혜를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캘리포니아 말리브 해변에서 대접받은 푸짐한 식탁, LA 이 집사님의 헌신적인 섬김, 시카고 교우들의 후한 접대, 애틀란타 최 변호사님 부부의 무조건적인 호의, 샌디에고 공연 때 축도 도중 감격으로 목이 메어 기도가 중단되기까지 했던 민 목사님 등의 아름다운 추억들은 하나님께서 덤으로 주신 선물이었다.
 
추억담을 늘어놓았지만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이것이다. 해외선교공연을 준비할 때는 첫째 기도로 준비하고 계속 기도해야 한다. 둘째, 호강할 생각을 버리라. 해외여행 쯤으로 기대하는 낭만적인 생각을 포기하고 선교의 전진기지에서 온전히 헌신할 각오를 해야 한다. 셋째, 언행을 단정히하고, 동료를 칭찬하며 격려하는 것을 잊지 말라. 넷째, 초청하는 교회나 기관의 진행에 맡기고 협조하며,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라. 다섯째, 가능한 대로 인원을 줄여 소수정예화하라. 여섯째, 세트와 소품들은 단순화하여 기동력을 높여라. 일곱째, 주는 대로 먹고 되는 대로 자라.
 
해외 선교공연은 돌발적인 변수도 많고 예상치 못한 사고나 방해가 도사리고 있는 영적 전쟁터이다. 문화선교사의 자세로 헌신할 때 하나님께서는 영육간에 기쁨과 행복을 주신다는 것을 필자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최종률장로 / 연극연출가ㆍ배우ㆍ한동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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