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제

[ 기고 ] 노블레스 오블리제

오창학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9월 07일(금) 15:41
[독자투고]

'노블레스 오블리제'는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됐다. 불어로 명예와 의무를 뜻하는 단어로 상류계층에 있거나 사회적으로 고위직의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책임과 의무를 일컫는 말이다. 특히 전쟁과 같은 총체적인 위기 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제' 우리나라에서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겠으나 유감스럽게도 오늘의 한국 현실 속에서 그 말은 사전적 의미로만 회자될 뿐이다. 언젠가 담시를 쓴 김지하 시인이 우리 사회의 오적(五賊)에 대하여 논해 큰 충격을 야기했었다. 오적이란 다섯 종류의 도적이란 뜻으로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군장성, 장차관을 지칭했다. 이 지도층의 사람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했다면 그야말로 우리 대한민국도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일반 사회에서는 그렇다 하더라도 소위 성직자들은 어떠한가? 오적이 아니라 성직자를 포함해 육적(六賊)이란 새로운 단어가 등장해야 할 현실이 아닌가? 오죽했으면 중이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는 풍자적인 말이 유행해야 하겠나?
 
타종교는 고사하고 기독교는 어느 위치에 있는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이 사회로부터 극심한 도전과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음은 왜일까? 내 눈속의 들보는 보지 봇하고 형제의 눈 속의 티는 보면서 목회도 목회답지 못하게 하고서 정년 은퇴한 별볼 일 없는 목사인 필자를 포함해서 한국교회의 목회자들과 교계 지도자들의 심각한 고민과 회개가 있어야겠다. 어디가서 목사란 말을 하기가 꺼려지고 두렵다.
 
목회자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진단할 때 우려되는 상황이 심각하다. 각 교단마다 경쟁적으로 신학교의 난립이라든가 특히 본교단 총회 산하 전국 각지의 여러 신학교가 해마다 수많은 신학생들을 배출하고 막상 목사 안수를 받고서도 임지가 없는 목회자 수급의 차질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양적 성장은 급기야 질적 저하를 초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다보니 교회 안팎에 여러가지 문제를 노출시키게 되는 것이다.
 
평생을 신학교 교수로 몸담고 가르쳤던 필자의 은사이신 P교수의 말씀으로는 6ㆍ25 전후로 수많은 신학생이 재학했었고 얼마 동안은 신학생 지원이 뜸했다가 또 다시 그 분이 정년 은퇴하실 즈음인 80년대에서부터 오늘날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신학생이 각 신학교마다 넘쳐난다고 했다. 문제는 물론 예외는 있으나, 그 분의 지적에 의하면, 전자인 6ㆍ25 직후엔 병역 기피 수단으로 많은 신학생이 재학했었고, 후자의 경우인 오늘날에는 생계 수단을 위해 많은 신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평생을 신학교육에 몸담으셨던 분의 분석이니까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신학교 시절 시험 시간에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들도 종종 있었던 것을 기억하는데 무엇보다도 필자가 총회 고시위원장으로 섬길 때 목사고시 실시 후 모 노회 응시생인 전도사가 시험을 잘 못쳤으나 교회 사정상 꼭 합격을 해서 안수를 받아야 한다면서 선물과 돈 봉투를 들고서 필자를 찾아와 애걸복걸했던 일이 생각난다. 매관매직이 다른 것이 아니구나. 어안이 벙벙했었다. 그를 잘 타이르고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간절히 기도해주고 가지고 왔던 모든 것을 다시 쥐어 돌려보낸 적이 있는데 그 때의 그 기억은 잊으려고 해도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얼마 전 강원도 정선 지역에서 특수목회를 하는 B목사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정선 카지노에서 딜러로 종사하는 여직원이 교인인데 그가 딜러로서 카드를 모았다가 흩었다가 하면서 테이블 앞에 앉아서 도박에 몰두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주고 있는데 어디서 많이 뵌 낯익은 얼굴의 사나이가 가끔 출입하면서 따기도 하고 잃기도 하고 그런 일이 반복되더라는 것이었다. 그녀가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보니 TV 방송 설교시간에 자주 나타나서 명 설교를 하는 목사였단다. 비록 그녀는 그런 직종에서 봉사하지만 목사님들은 보통 사람들과 다르기를 원했었는데  너무 상처가 커서 교회 출석을 꺼린다는 그런 얘기였다.
 
야고보는 선생이 된 목회자나 지도자가 더 큰 심판을 받기 때문에 많이 선생이 되지 말라고 했다. 목회자들은 '금전(money)', '이성(sex)', '명예(reputation)'의 유혹에서만 자유로워도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반기독교 세력과 이단들은 더욱 거세게 교회를 향해 밀려올 것이다. 목회자들이 먼저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본을 보이고, 그를 따르는 성도들이 빛이 되고 소금이 될 때 오늘의 현실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다.


오창학목사/신촌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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