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로 이어간 희망의 불씨

[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 여전도회관 건축 회고

이연옥명예회장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9월 05일(수) 13:59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땅 계약이 무산되고 나서 우리는 기도하는 가운데 계속해서 회관 건축부지를 찾아보았다. 건축위원회가 조직되어 활동한 지도 어느덧 4년이 지났다. 1981년 연말이 되자 한 해 달력의 마지막 장을 쳐다보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새해에는 건축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임원회는 철야기도회를 갖기로 했다. 임원회가 한 주간에 하루 밤샘으로 모여서 철야기도를 하기로 하고 1982년 새해 첫 수요일인 1월 7일 밤부터 시작했다. 수요일 저녁예배를 각자 섬기는 교회에서 드리고 밤 9시가 조금 지나서 영암교회로 모였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여전도회 서울연합회의 회장단과 전국연합회 실행위원들이었다. 30~40명 정도 모였다. 한 겨울 매서운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1월에 철야기도회로 모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우리가 하필 이맘때에 기도회를 가지려는 이유는 좀 우스운 동기에서 비롯됐다. 이렇게 지도하게 매운 고추처럼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 찰싹 달아붙어서 기도드리면 빠른 시일 안에 응답이 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기다림 때문이었다.
 
이렇게 얼토당토 않은 이유를 단 철야기도회의 일정이었지만 그만큼 회관 건축에 대한 우리 모두의 마음이 간절했다. 일단 3개월 동안 철야기도회를 갖기로 했고, 겨울 내내 우리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합심하여 기도했다. 일정을 잡아 놓은 석 달이 지나갔고 새봄은 돌아왔는데 회관 건축부지에 대한 기도 응답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 결국 기도회는 질문 속에서 종료되었다. "하나님께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는가?"
 
그런데 이정숙 총무가 마치 봄소식을 전하듯 새로운 소식을 임원회로 가져왔다. 종로5가에서 창경원 방향으로 나가는 곳에 있는 미국 장로교회 소속 선교사 사택들이 장로교회 교단(예장 통합) 총회가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을 지으려는 현장 곁에 있는데, 그 사택들을 매각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사용하되 한국교회를 위해 사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이었다. 전혀 뜻밖의 소식이었다. 그 소식은 그러나 한갓 소문에 불과하였다. 그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얼른 파악하고 싶었던 나는 미국 유니온 장로교신학교 교수로 계시는 이승만박사(미국 장로교회 총회장 역임)와 김인식목사(미국 장로교회 선교부 아시아 담당 총무)에게 각각 연락을 취해서 알아보고자 했다. 때마침 이승만 박사가 한국에 나와 계셨다. 이 박사님께 여쭈어 보았더니 그 소문은 사실 그대로라고 일러 주셨다. 그러면서 보다 더 정확하게 설명해 주셨는데, "선교사 사택 5채가 모여 있는 대지의 전체 면적이 1천40평인데 그동안 선교사들이 하나둘씩 은퇴하면서 본국으로 떠나는 바람에 비어 있는 사택이 생기기 시작하자 미국 장로교회 선교부가 1981년에 그 사택대지를 매각처분하여 한국을 위해 어떤 프로젝트를 실시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는 말이었다.
 
이 새로운 소식이 우리로 하여금 회관 건축의 꿈을 꾸게 했다. 선교사 사택들이 있는 그 자리에 어쩌면 여전도회 회관을 지을 수 있겠다는 꿈과 희망이었다. 이 소식은 물론 실낱같은 희망이긴 해도 한 줄기의 햇빛처럼 밝은 소망을 안겨 주었다. 수 년 동안 회관 건축할 땅을 찾아 온 서울을 헤매고 다녔으나 헛수고였다. 다급한 심정으로 지난 겨울 내내 여러 달 철야기도회로 모였고, 어서 속히 회관 건축에 응답이 올 것으로 학수고대하고 있었으니 그 소식이야말로 우리에게 불가능 속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게 하는 희망의 소식이었다.

 
이연옥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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